상위 10곳, 납품단가 상승 '호재'
작년보다 평균 매출 25% 늘고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도 개선
중소업체는 적자 '양극화' 심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납품 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팹리스 상위 10개사의 올 상반기 평균 매출이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의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특히 공급난이 심각한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TV, 자동차 등 전방산업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러나 10위권 밖 중소 팹리스 업체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팹리스 양극화는 지속되는 모양새로 나타났다.
19일 국내 반도체 팹리스 매출 상위 10개사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10곳 가운데 9곳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DDI 팹리스인 LX세미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8% 증가했다. 뒤를 이어 자동차 전장용 반도체 팹리스 아이에이(64%), 영상처리 반도체 팹리스 앤씨앤(47%),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제주반도체(25%) 순으로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상위 10개사 가운데 6곳은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가장 두드러진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인 곳은 역시 LX세미콘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633% 증가했다. 제주반도체가 62%로 그 뒤를 이었다.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텔레칩스는 적자 폭이 대폭 감소했고, 디자인하우스인 알파홀딩스도 적자를 줄였다. 메모리 팹리스 피델릭스와 디스플레이 티콘 팹리스 아나패스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들 팹리스 업체의 실적 개선은 반도체 수요 확대가 주효했다. 지난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하면서 자동차와 가전 공급량이 크게 확대됐고,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도 한꺼번에 몰렸다.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공급 부족 현상까지 야기했다. 이는 반도체 납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팹리스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 팹리스 업체 임원은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이어 반도체 칩 납품 단가도 높아졌다”면서 “고객사인 완제품(세트) 업체 입장에서는 반도체 공급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반도체 납품을 서둘러 주길 요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급 부족이 심했던 디스플레이와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도 이러한 요인이 작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DI 공급 부족으로 판매 가격이 인상, LX세미콘 마진이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나패스도 OLED 티콘 사업 비중 확대로 수익성을 극대화,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바닥을 쳤던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이 워낙 적어서 실적이 좋지 못했지만 자동차 시장 경기가 회복하면서 반도체 주문량도 급증했다”면서 “지금도 주문이 밀려 올 하반기에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팹리스들은 여전히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운아나텍, 에이디칩스, 아이앤씨 등 10위권 밖 팹리스들의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적자 기조는 이어졌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는 운영비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출 실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매출 상승 폭이 크지 않으면 영업이익 개선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팹리스 상위 10개사 상반기 실적 비교] (단위:백만원)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업계 취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