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무산된 후 두 문장으로 된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첫 문장은 시너지 우려와 추가 투자 부담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상식적 답변이었지만 본심은 아쉽다는 표현을 쓴 두 번째 문장에 있었다. 수조원을 베팅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음에도 경쟁에서 진 것은 자금력이 아닌 결단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내부 통합이 시급한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 손을 뗀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 사업 영역에서 보인 롯데의 행보가 신중함보다는 우유부단함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신중과 우유부단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한 기업컨설팅 전문가는 '데드라인'이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 안에 결정하는 건 신중한 것이고, 놓친다면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e커머스 사업에서 롯데의 행보가 그렇다. 몸집을 키울 기회는 노리지만 과감한 결단은 주저한다. 2017년에는 SK와 11번가 지분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경영권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2019년에도 티몬 인수를 위한 세부 협상까지 들어갔지만 몸값 차이로 거래가 불발됐다. 올해도 W컨셉 인수전에서 최종후보자에 올랐지만 중도에 포기했다.
최근 매물로 나온 인터파크와 다나와 인수전에도 후보군에 롯데가 거론된다. 굵직한 결정 앞에서 주저했던 최근 행적 때문인지 기대가 높지 않다. 특히 다나와와는 물밑 협상을 벌였음에도 딜을 성사하지 못해 공개 매각으로 전환됐다. 인수합병(M&A)에 임하는 롯데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계속해서 주판알을 굴리다가 헛물만 켠 전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미도파와 한화마트, 우리홈쇼핑과 하이마트를 잇달아 품으며 몸집을 키운 과거 롯데의 공격적 DNA가 무색해진 모양새다.
이젠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과점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네이버, 쿠팡, 신세계 등 상위 3사 체제가 굳어지면 나머지 사업자의 생존은 더 어려워진다. 롯데 입장에선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결단해야 할 때를 놓치면 결딴날 수 있다. 실무자의 결정이 아니라 리더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