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날카로운, '왱'하는 소리로 밤잠을 설치게 한다. 팔이며 다리를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잔다면 곳곳에서 몰려오는 가려움에 고통받기 일쑤다. 여름밤이면 우리와 불구대천 사이가 되는 원수, '모기'의 만행이다.
모기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피를 빤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암수 중에 암컷이 피를 빤다. 암컷은 본래 꽃의 꿀이나 이슬을 먹고 사는데 알의 성장을 돕기 위해 흡혈을 한다. 모기가 한 번에 빨아들이는 피는 10밀리그램(㎎)이 채 되지 않는다. 한 방울도 안 되는 양이다.
이런 흡혈 과정은 알고 보면 굉장히 복잡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단단한 금속 주삿바늘처럼 단번에 피부를 파고들지는 못한다. 대신 복잡한 구조의 주둥이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기능한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각기 톱날과 같이 날카로운 이가 돋아 있다. 여러 갈래 주둥이를 교대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피부를 찌르고 썰어 혈관에 이른다.
그렇지만 피해자인 우리는 이를 느끼지 못한다. 주둥이에서 나온 타액이 마취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타액은 사실상 우리가 모기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타액이 가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혈액 응고를 막는 항응고제(히루딘)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모기의 해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온갖 전염병이 모기에서 비롯된다. 연간 수십만명 사망자를 내는 말라리아가 모기를 매개로 전파된다.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 타액을 파고 인체에 침투한다. 황열병이나 뎅기열 등도 모기로부터 전파된다. 지구상에 인간을 제외하고, 우리를 가장 많이 살해하는 학살자 동물이 다름 아닌 모기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와 같은 반려동물에 치명적인 심장사상충도 모기를 통해 옮겨진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을 활용, 모기의 흡혈을 막거나 죽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된다.
우선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박테리아는 모기를 불임으로 만든다. 감염된 수컷 모기가 암컷과 짝짓기해 낳은 알은 부화하지 않는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유전자 편집에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도 있다. 박테리아 유전자를 모기 유전자에 넣어 향후 알을 낳더라도 유충들이 성충이 되기 전 죽게 하는 방법이다.
모기에만 영향을 끼치는 곰팡이로 살충제 내성을 가진 개체까지 죽이는 방법, 아예 유전자 편집으로 암컷 모기를 수컷화하는 악독한(?)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입는 옷으로 모기의 흡혈을 막는 방법도 고안되고 있다. 모기는 옷이 정말 두껍지 않은 이상 거의 모든 옷을 뚫고 피를 빨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천의 공극(구멍)을 모기 주둥이보다 작은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인류에게도 고민은 있다. 마음 같아서는 모기를 지구상에서 모두 박멸하고 싶지만 이것이 생태계에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모기 박멸이 의도치 않게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실 모기는 벌과 마찬가지로 꽃가루를 옮기고 수분을 돕는다. 유충인 장구벌레는 수많은 곤충과 어류, 양서류의 먹이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전염병을 통해 다른 동물을 죽이는 모기 역할이 전체 생태계 유지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맡은 역할이 적지 않다.
그동안 인류 발전으로 수많은 생물이 멸종했는데 이런 사례가 해당 지역 생태계에 막대한 해악을 끼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모기같이 역할이 많을수록 그 위험성이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모기가 말라리아처럼 위험한 질병원을 품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온건한 통제 방법도 연구된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