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 개발을 위해 민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초거대 인공지능(AI) 분야 연구를 위한 '카이스트-네이버 초창의적 AI연구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와 함께 공동 연구센터를 세운 데 이어 두 번째 산·학 협력이다. LG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AI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AI 토크콘서트'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개발을 위해 3년 동안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T, SK텔레콤-카카오 등도 자체 개발에 나섰다. 이미 해외에서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초거대 AI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상황이다.
초거대 AI는 가장 앞선 AI 기술이다. 지금까지 AI는 챗봇, 질병진단, 자율주행처럼 특정 용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초거대 AI는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았다. 최근 공개된 'GPT-3'가 대표 사례다. 인간처럼 자연스런 대화가 가능하고, 에세이나 소설 등 창작 영역까지 AI가 소화할 수 있다. LG는 언어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가능한 기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개발 계획을 밝힌 후 올해 1분기 검색엔진에 일부 상용화했고, 조만간 서비스 응용계획을 발표한다.
초거대 AI를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컴퓨팅 파워, 빅 데이터, 모델·알고리즘'이다. 모두 AI를 위한 기반 기술이지만 '초거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기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컴퓨팅 파워는 슈퍼 컴퓨터급이 필요하며, 데이터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를 갖춰야 한다. GPT-3 구현을 위해 데이터 셋을 3000억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컴퓨팅 파워를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유휴 자원을 확보해야 하고, 슈퍼컴퓨팅 센터와 같은 기반 시설도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 구현도 수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모두 민간보다는 정부가 나설 때 훨씬 효과적이다. 민간의 노력에 정부가 화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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