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0%로 청년 실업자 수가 40여만명에 이르고, 전체 실업률 4.3%의 2배가 넘었다. 고용 환경 악화로 취업 의욕마저 상실한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NEET)이 지난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반대로 국내 중소 제조업체와 농·축산업계 인력 부족은 한계에 이르렀고, 근로자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고 힘든 일을 하는 노동집약적 기업일수록 고령화돼 있으며, 청년 인력은 뽑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중소업체 인력난을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입국이 제한되면서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개발자 인력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산업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온라인 상거래 업체, 핀테크 기업, 엔터테인먼트 등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관련 업체가 IT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인력난이 가중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뤄 왔으며, 학력과 학벌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쳐서 대학을 가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모든 교육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에 치중해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이 성장 가능성이 희박한 단순노동을 기피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결국 노동을 경시하는 사회 문화와 지나친 고학력화가 취업난 원인의 하나다.
201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 유형은 '안정적인 일자리'(25.7%)며, 다음이 '직무가 적성에 맞는 일자리'(19.4%)라고 한다. 그다음으로 '급여가 높은 일자리'(17.0%), '복지 수준이 높은 일자리'도 상위에 랭크돼 있다. 결론적으로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안정적이면서 직무가 적성에 맞고 급여가 높으면서 복지 수준이 높은 일자리라는 의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기업도 기술 개발과 자동화를 통해 신규 고용을 최소화하고 교육비용이 드는 신입 대신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직원을 뽑을 때 기업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사회경력을 요구하고, 청년은 경력을 쌓기 위해 임시직이라도 취업을 하지만 막상 회사 내에서 임시직은 능력을 갖출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공채시험이라는 절차를 통해 원하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이며, 현실에서는 극히 일부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결국 높아진 교육 수준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극히 적다는 점이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정리하면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과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중소기업을 늘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학력 엘리트 집단의 지적 가치는 더 상승할 것이고, 이는 노동집약적이고 자본력이 적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도 단순 채용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현실을 인지하고 각종 규제개혁과 행정·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혁신을 통해 좋은 일자리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술집약적인 기업으로 발전해야만 한다. 결국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가 되지 못한다면 중소기업도 지속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하 티라유텍 대표이사 jason@thirautech.com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