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자,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두뇌' 개발한다

차세대 자율차 칩 설계과제 수주
NPU·GPU 등 최첨단 기술 탑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서 생산 전망
시스템 반도체 역량 '퀀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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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전자신문 DB]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핵심 칩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된 반도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과제를 수주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퀀텀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에 들어갈 차세대 자율주행차용 칩 설계 과제를 수주했다. 라이다와 레이더 등 자율차에 탑재된 각종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연산하거나 구글 데이터센터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면서 모든 기능을 컨트롤하는 칩을 설계한다. PC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처럼 자율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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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지난 2019년 6월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NPU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자율주행은 사람이 자동차 운전에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 위를 달리는 기술이다. 관련 기술이 인공지능(AI)과 직결되는 만큼 삼성은 사람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뉴럴프로세서유닛(NPU), 고급 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 등 최첨단 설계 기술을 이 프로젝트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14일 “웨이모가 요구한 칩 스펙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성능이 칩에 탑재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단계 중 조건부 자동화 단계에 해당하는 '레벨3' 수준을 만족시키는 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내 커스텀SOC사업팀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 완료 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극자외선(EUV) 공정을 통해 생산될 공산이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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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 자율주행 차량. <사진=웨이모>

웨이모는 세계 최대 자율주행차 기업이다. 구글 자회사로, 2009년에 사업을 시작해 2016년 구글에서 분리됐다. 소위 '구글카'라고 불리는 자율주행차를 제조한다.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자율주행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했다. 미국 각 지역에서 2000만 마일(약 3200만㎞) 이상의 자율주행 테스트와 운전을 거쳤다. 2018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시작해 미국 전역 확대를 준비 중이다. 투자은행 UBS는 2030년 웨이모의 수익이 1140억달러(약 12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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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와 완성차 제조사끼리 플랫폼 협력은 많았지만 자율주행용 칩 개발은 뜸했다. 2017년 인텔과 손잡고 핵심 칩을 협력 개발한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이후 수년 간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연산장치를 개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된 적이 없다.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웨이모는 자사 자율주행 기술 조건에 맞는 독자 칩 양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자율주행용 반도체 칩 시장에서 입지를 퀀텀점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이미 2016년부터 테슬라와 협력하면서 차량과 자율주행 관련 칩 개발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웨이모 프로젝트도 테슬라 칩 개발 프로젝트 못지않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구글, 애플, 테슬라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칩을 직접 설계하며 관련 시스템 반도체 설계·생산 역량을 대폭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웨이모와 협력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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