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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웨이모 자율주행차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의 자율주행 반도체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차세대 자동차 시장 대응 및 모빌티티 산업의 핵심 축을 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넘어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향해 글로벌 기업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벤츠, BMW, 혼다 등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테슬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도 자율차 전쟁에 참전했다.

기존 전통의 자동차 시장을 뒤흔드는 파괴력뿐 아니라 도로 위, 차량 내에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들이 곧 새로운 혁신의 근간이 되고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AMR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연평균 39.47%씩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6년에는 5560억달러(약 6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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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시장 규모. <자료=AMR>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핵심은 반도체에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안전하게 주행을 하려면 사물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고도의 연산을 처리하는 프로세서가 필수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반도체(FSD)를 자체 개발해 경쟁사와 확연히 차별화된 기능과 성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구글 웨이모가 삼성전자와 손잡은 건 테슬라 FSD칩처럼 독자적 자율주행 칩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구글은 반도체 경험은 적어, 설계부터 제조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개발 경험이 풍부한 삼성전자가 최적 파트너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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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칩.<사진=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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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칩 내부 구조.<자료=위키칩>

구글 웨이모와의 협력에서 주목되는 건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칩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설계는 반도체 개발의 시작이자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반도체 제조에 있어 가장 비중이 크고 중요한 분야인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건 자율주행차 칩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구글 웨이모에 앞서 테슬라 자율주행 칩 개발 및 제조에도 참여한 바 있다. 테슬라 FSD칩이 삼성 파운드리에서 제조됐다. 삼성은 FSD 설계도 일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에 이어 구글 웨이모까지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력과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자율주행 칩을 내재화하려는 테슬라 외 현재 엔비디아가 자율차 칩 시장을 개척 중인데, 삼성이 엔비디아와 경쟁하며 '미래 자동차의 두뇌'를 주도할지 관심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압도적 데이터베이스(DB)와 인프라를 보유한 구글 웨이모와의 협력으로 기존 인포테인먼트 영역을 뛰어넘는 고성능 자율차 칩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눈독 들였지만 내비게이션이나 멀티미디어를 재생하는 인포테인먼트 분야 대응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역량도 구글 웨이모가 삼성전자를 선택한 주요 요소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 2공장을 중심으로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회로를 양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설계 과제를 완료한 뒤 곧바로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에서 칩 생산이 이뤄지면서, 경쟁 파운드리 업체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시스템반도체 2030년 1위 비전'을 선언한 이후 페이스북, 구글, 시스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회사와 차세대 칩 개발에 협력 중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삼성은 자율주행 칩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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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