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버지로부터 투기과열지구의 수십억대 아파트를 담보대출도 함께 인수하는 조건으로 증여받았다. A씨는 아버지를 임차인으로 하는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보증금을 받아 담보대출을 갚고 난 뒤 아파트에 입주했지만 상환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이같은 주택 증여 과정에서 편법증여와 과소신고 등 세금탈루 혐의에 대해 집중 점검한다.
국세청이 2일 주택 증여 세무검증 대상을 발표했다. 검증 대상은 △재차 증여 합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 혐의자 1176명 △아파트 증여재산가액 축소 신고 또는 신고 미이행 혐의자 531명 △증여자의 최초 주택 취득자금 출처 소명 미흡 85명 △증여 이후 채무 면제 등 편법증여 혐의자 30명 등이다. 주로 지난해에 증여가 이뤄진 주택이며 일부 그 이전 증여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통해 시가를 반영하지 않은 저가신고, 10년 내 다른 증여재산 합산신고 누락 등 불성실 신고행위를 차단하고 증여자의 최초 주택 취득단계의 자금출처를 분석해 법인자금 유출 등 부당한 방법을 이용한 주택의 취득 여부를 치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여세 축소신고에 대한 검증도 이뤄진다.
증여세 신고 기준은 '시가'이다. 시가를 알 수 없을 때 '기준시가'(공시가격)를 활용할 수 있다.
시가는 유사한 주택의 매매가격, 즉 '유사매매가액'을 이용하거나 따로 감정을 받아 평가하면 된다. 유사매매가액이 없고 감정도 받지 않았다면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되는 것이다.
유사매매가액으로 인정되는 거래는 같은 단지 안에 있으면서 면적 차이와 공시가격 차이가 모두 5% 이내인 주택 거래다. 유사매매가격을 보는 기간은 증여일 전 6개월과 이후 3개월이다.
납자세는 신고한 공시가격보다 증여일 전 6개월과 증여 후 신고 전까지 기간에 더 높은 유사매매가액이 확인되면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일례로 A씨는 어머니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고 나서 증여재산가액을 공시가격으로 신고하고 증여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증여일 2개월 전 같은 단지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가 공시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매매된 사례가 있었다. 국세청은 이 유사매매가격을 적용해 재산가액을 재평가, A씨가 증여세를 덜 납부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증여세가 시가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의도치 않게 저가 신고로 증여세를 잘못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저가 신고에 대해서는 덜 낸 증여세를 수정 신고·납부하면 된다. 과소 신고에 대한 가산세는 없다.
다만, 수정 신고·납부 시점이 증여세 납부기간(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을 넘겼다면 수정 신고·납부분에 대한 납부지연 가산세는 내야 한다. 납부지연 가산세 세율은 1일당 0.025%, 1년에 9.125%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재산가액을 증여세 부과 기준 미만으로 잘못 판단해 증여세 신고를 아예 안 했다면 무신고 가산세까지 내야 한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