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청원제도가 국민 호소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수많은 희로애락을 들어주는 창구가 됐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 왔다. 국회에도 이와 유사한 청원제도인 국민동의청원이 있다. 지난 2020년 1월에 도입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청원을 넘어 입법까지 추진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해법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시작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첫 성립 안건으로 소관 상임위원회 대안 반영을 통해 '성범죄 특례법' 등 관련법 개정안 통과를 끌어냈다. 21대 국회에선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청원을 통해 개정됐다.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국민동의청원 성립 건수는 18건을 기록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7건, 21대 국회는 11건으로 청원 성립 추세도 늘고 있다. 그러나 최종 법안 통과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18건 성립 청원 가운데 상임위를 통해 처리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9건은 아직 상임위 논의로 이어지지 않았고, 5건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민이 입법에 직접 나서는 국민 입법시대가 개막했지만 정작 국회는 이에 답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청원이 각 상임위로 회부되면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어도 의장에게 중간보고를 해야 하며, 60일 이내에서 한 차례만 심사를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지난해 국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 등 주요 정쟁 법안을 두고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최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서서 각 상임위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청원 처리에 임해 줄 것을 주문했다.

국민동의청원은 국민들이 직접 국회에 입법 과제를 주는 적극적인 소통이다. 또 디지털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국민과 국회 간 연결고리다. 정치권은 항상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다. 국민을 위하는 열정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 전에 숙제부터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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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