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빗장 걸어 잠근 시중은행…제2금융권 '풍선효과'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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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사실상 신용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대출을 받지 못한 소비자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마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가계 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KB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대출을 일부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일까지 2000만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에 대해 신규 신청과 증액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00만원 이하로 대출을 신청해도 기존 국민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과 합산해 1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불가하다.

신한은행은 모든 대출에 한해서, 하나은행은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한시적으로 각각 중단한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 등이 총량관리를 주문한 여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3조원이나 증가한 13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조원)과 비교하면 6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증시 호황에 따른 공모주 열풍과 부동산 구매 등을 위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한 이유다.

문제는 시중은행이 대출 빗장을 사실상 걸어 잠그면서 보험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물량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저축은행들은 풍선효과 가능성에 대해선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시중은행 신용대출과 비교할 때 금리가 높아 저축은행으로 대출물량이 몰리기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 등으로 수요가 일부 수입될 가능성은 있지만, 금리격차 커 우려할 만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에선 3% 내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그런 소비자가 저축은행으로 오면 10%대가 책정돼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눈치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최근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는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면서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약관대출이 줄어든 여파라는 분석이다. 실제 생명보험사의 약관대출은 올해 9월 기준 45조4967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47조416억원)보다 1조5449억원이 줄었다.

보험 약관대출은 이미 납부한 보험금을 담보로 해약환급금 내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다. 은행권보다는 문턱이 낮지만,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 6~8%가 적용된다.

하지만 업계는 은행 대출이 중단될 경우 보험 약관대출로 이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은행 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소비자들이 과거 전례를 볼때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무조건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은 아니지만, 일부 약관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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