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단장 염한웅) 소속 조문호 부연구단장(포스텍 신소재공학과 무은재 석좌교수) 연구팀이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이용해 도핑할 수 있음을 발견, 반도체 기능을 자유자재로 실시간 바꿀 수 있는 원자층 집적회로 소자를 구현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카멜레온 반도체'라고 명명했다.
도핑은 반도체에 불순물을 주입, 정공이 많은 p형이나 전자가 많은 n형으로 변환하는 공정을 뜻한다.
2차원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리콘 반도체처럼 내부 불순물 종류와 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도핑하는 불순물에 따라 n형과 p형으로 나뉘는데, 이 둘을 접합시켜야 단일 집적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에는 표면에 화합물을 도포하거나 물질 합성 단계에서 도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n, p형 도핑에 각각 다른 처리가 필요하고 도핑 후에는 성질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진은 기술 난제 해결을 위해 빛을 활용했다. 원자 수준 분해능을 갖는 투과전자현미경과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이용해 빛이 2차원 반도체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2)에 미치는 여러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자외선은 n형, 가시광선은 p형으로 2차원 반도체를 도핑하는 것을 확인했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은 강한 에너지를 가져 텔루륨-몰리브덴 간 원자 결합을 끊는데, 전자가 더 많아져 n형 반도체로 변하게 한다. 가시광선은 텔루륨 원자가 있던 자리를 산소로 치환, 물질 전체에 양공이 많아지게 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집적회로 소자를 구현했다. 2차원 반도체에 레이저를 쏘아 n형과 p형 반도체로 만들고, 논리회로 대표 부품인 인버터를 제작했다. 이어 인버터에 다시 빛을 가해 정반대 기능을 갖는 부품인 스위치로 바꿀 수 있음을 보였다.
조문호 부연구단장은 “2차원 반도체 집적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도핑 과정이 빛과 물질의 광화학반응으로 간단히 이해될 수 있음을 보였다”며 “이런 기초과학-응용기술 순환 일체형 연구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의 이상적인 예”라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