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서 '파운드리'라는 용어를 자주 접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빅3 산업에 대해 지난해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대책'에 버금가는 각별한 육성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5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5% 달성 및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 집중 지원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2030년 세계 1위 목표를 제시했고, SK하이닉스 역시 파운드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파운드리가 무엇인지, 왜 정부와 우리 기업이 파운드리를 강조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Q:파운드리가 어떤 건가요.
A: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생산을 위탁 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산업을 의미합니다. 반도체는 크게 설계, 생산, 조립, 검사, 유통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요. 기업 중에는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도 있고, 파운드리나 팹리스처럼 특정 역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Q: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 전문 기업이란 뜻이네요.
A:네 맞습니다. 반도체에 '설계' 전문 기업이 있다면 '생산' 전문 기업도 있습니다. 설계만 하는 회사는 제조 공장(Fab)이 없다는 의미에서 '팹리스'라고 부릅니다. 파운드리는 생산 공정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자체 제품이 아닌 수탁생산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직접 설계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비즈니스인 것입니다. 다만 파운드리 기업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IP)을 보유하기도 하며 IP회사들과 제휴를 맺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좋은 IP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Q:파운드리는 왜 만들어진 건가요.
A:반도체는 IT 제품의 교체 주기 단축, 연구개발(R&D)의 효율성, 제조 설비비용 급증 등으로 인해 분업화가 이뤄져왔습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수조원대의 막대한 시설 투자비용이 들고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해 반도체를 개발하는 모든 회사가 반도체를 생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와 제조 전문 업체인 파운드리로, 나아가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OSAT(Outsourced Semicomductor Assembly And Test) 등으로 각 전문 분야가 나뉘어 성장해 왔습니다. 파운드리는 이러한 수많은 팹리스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Q:세계 파운드리 산업 현황은 어떤가요.
A:파운드리 시장은 2002년 108억달러(약 12조원)에서 2010년 283억달러(약 31조원)로 성장한 후 2018년 629억달러(약 68조원) 규모로 급증했습니다. 성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돼 오는 2023년에 812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88조원까지 확대가 예상됩니다. 파운드리 산업은 제품 가격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매우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 PC에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 칩 시장 규모를 이미 크게 추월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드리 산업이 메모리 산업과 달리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건 서비스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달리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이 서비스 가격에 전공정 장비 투자 금액을 일부 반영해 줘서 그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육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위상이 궁금합니다.
A:파운드리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고, 성장 기회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국내 기업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학계가 모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일례로 7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회사는 전 세계에서 TSMC(대만)와 삼성전자뿐입니다. 반도체에 초미세 회로를 그려 넣으려면 세계 최고 수준 공정 기술뿐만 아니라 고가의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이 필요한데요. 설비를 갖추는데 조 단위의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도전을 하고, 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와 산학연 모두가 파운드리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운드리가 잘 되면 CPU, GPU로 대표되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반도체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와 같이 메모리에 편중돼 비메모리 반도체, 즉 시스템 반도체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게 오랜 숙제였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초격차:리더의 질문' 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삼성 '반도체 신화'를 만들고 삼성전자 회장까지 오른 권오현 상근고문의 책이다. 책은 '리더' '혁신' '문화' 3개 장으로 나뉘며, 리더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총 32개의 고민과 질문에 저자가 직접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탄생하며, 리더는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 정인성 지음, 이레미디어 펴냄
우리나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1·2위로, 두 업체의 비중이 60%에 이른다. 그러나 어떤 경쟁과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강자가 됐는지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책은 반도체 업계 종사자만이 알던 반도체 산업의 경쟁과 생존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현직 반도체 개발검증 연구원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반도체 기술을 건설 공사와 요리에 비유해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