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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브라질 프로축구팀 아틀레티코의 골키퍼 산투스는 경기장에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갔다. 이 선수는 경기가 시작했음에도 필드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려 다른 선수들과 팬들을 놀라게 했다. 프로답지 못한 행동과 태도라는 측면에서 축구팬들과 미디어의 맹비난을 받았다. 소식은 브라질 공중파 뉴스는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선수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브라질 우버가 일부러 논란을 끌어내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기자회견에서 산투스는 “나 역시 필드에서 스마트폰을 본 것을 분노한다”면서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는 것과 비슷한 분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캠페인인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문제 공론화에 성공했고, 사흘 만에 35억원의 마케팅 가치를 창출해 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2019년 칸 국제 광고제 미디어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는 12월에는 전동킥보드 관련 국내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 자동차 운전 무면허자도 전동킥보드 운전이 합법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사고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전거도로 인프라나 노면 상태가 전동킥보드가 달리기에는 부적합한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은 부족한데 뾰족한 해법이 없으니 의미 없는 안전운전 캠페인만 늘어난다. '안전하게 킥보드 운행하세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방식이 대다수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효과가 의심스럽다. 생색내기용으로 비쳐진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브라질 운전자의 50% 이상은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전동킥보드의 위험 주행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타면 더 위험하고, 인도를 달리면 보행자를 위협한다는 점을 누구나 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메시지 전달은 수용자에게 잔소리로 인식될 뿐이다. 실질적인 의식 개선에는 효과가 없다.


행동 변화를 끌어내려면 공급자가 아니라 수용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버의 캠페인은 도발성이 있기도 했지만 전 국민이 공감할 매개인 '축구'를 아이템으로 택했다는 점도 분명 주효했다. 번뜩이는 기지 하나가 인력과 자원이 낭비되는 면피성 캠페인 10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낸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