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5나노·OLED·TOF 새로운 장 열린다"…'아이폰12'로 본 부품 시장 전망

#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됐다. 총 4개 모델로 나온 아이폰12는 예년보다 출시가 한 달가량 지연됐고,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출시 하루 만에 10만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모습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데이터(반응)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이다. 연간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부품 업계 '빅 바이어'일 뿐만 아니라 애플이 아이폰에 도입한 기술은 다른 스마트폰 업체로 확산되는 '레퍼런스'가 된다. 일례로 2007년 애플이 선보인 멀티터치 기술은 지금도 스마트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2에 어떤 신기술을 도입했을까. 이는 산업계에 어떤 파장을 낳을까. 부품 관점에서 바라본 아이폰12 기술의 의미와 파장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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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나노 AP 시대 개막…TSMC·삼성 파운드리 대결

애플은 아이폰12에 처음으로 5나노미터(㎚) 공정 기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4 바이오닉'를 탑재하며 '5나노 AP 시대'를 열었다.

애플에 따르면 A14 바이오닉 안에는 118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내장돼 있다. 전작인 A13의 트랜지스터 개수(85억개)보다 40% 늘어난 숫자다.

인공지능(AI) 기능도 강화됐다. 16코어 뉴럴 엔진도 탑재돼 초당 최대 11조번 연산한다. 전작이 초당 6000억번 연산 수행한 것과 비교해 갑절가량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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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가 크게 개선된 주요한 배경은 5나노 반도체 공정 적용이 꼽힌다. 전작에서 활용한 7나노 공정보다 더욱 미세한 회로를 그려내면서 AP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의 신규 AP 출시는 7나노 공정이 주름잡던 AP 시장에서 5나노 공정이 대세로 자리 잡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12 출시 이후 5나노 AP가 잇단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중급형 모바일 AP인 엑시노스1080을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 기기에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삼성에서 최고 사양의 '엑시노스2100'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AP는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가칭)에 탑재된다.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업체인 퀄컴도 오는 12월 5나노 공정을 적용한 플래그십 AP '스냅드래곤875'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퀄컴은 5세대 통신(5G) 모뎀 칩 X60을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바 있다.

다만 대만 미디어텍의 5나노 경쟁력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미디어텍은 화웨이에 공급할 5나노 칩 개발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전면 취소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나노 반도체 증가에 파운드리도 바빠지고 있다. 애플의 A14 바이오닉은 대만 TSMC에서 위탁 생산한다. 삼성전자도 5나노 칩 생산을 시작했다. 엑시노스를 만드는 시스템LSI 사업부, 퀄컴이 삼성 5나노 파운드리 주 고객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TSMC 모두 5나노 칩 수주량이 워낙 많아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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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대전(SEDEX)에 전시된 삼성전자 엑시노스 로드맵. EUV를 활용한 5나노 AP 양산 일정이 눈에 띈다.<사진=윤건일 기자>

◇대세는 'OLED'…애플 전면도입

애플은 아이폰12 전 모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했다. 2017년 출시한 아이폰X에 첫 OLED 탑재 후 3년 만에 액정표시장치(LCD)를 벗고 OLED로 완전 전환한 것이다. OLED는 애플도 인정하는 스마트폰의 대세 디스플레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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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시블 OLED를 첫 탑재한 아이폰X. 2017년 9월 열린 애플 행사에서 필쉴러 부사장이 아이폰X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애플>

특히 아이폰12는 터치일체 기술의 부상과 중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패널에 터치센서 필름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터치 기능을 구현했다.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때부터 최근까지 터치필름을 추가하는 '애드온(Add-on)'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아이폰12에서 노선을 바꿨다. 5.4인치 아이폰12 미니와 6.7인치 아이폰12프로맥스에 터치일체 OLED 패널을 첫 적용한 것이다. 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 공급한다.

터치일체형은 터치 기능이 내장된 OLED를 뜻한다. 기술적으로는 OLED 패널 속 박막봉지(TFE) 위에 터치센서를 구현한다. 터치일체 OLED는 별도의 필름을 사용하지 않아 디스플레이를 얇게 만들 수 있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Y-OCTA)'라고 부르는 터치일체형 OLED 기술을 2017년 삼성 갤럭시노트7에 첫 탑재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로 터치 일체 플렉시블 OLED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플렉시블 OLED 시장 주도권을 갖게 했다. 성능, 원가경쟁력에서 차별화돼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은 필름 방식의 터치를 고집하던 애플도 돌아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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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터치기술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부각될 전망이다. 애플은 2021년 아이폰 전 모델에 터치일체 OLED를 탑재할 계획이다. 터치일체형 OLED를 누가 경쟁력 있게 양산·공급하느냐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아울러 저전력 디스플레이 기술인 LTPO-TFT도 주목할 대목이다. LTPO는 전하 이동과 안정성이 높은 LTPS의 장점과 TFT 균일성이 좋고 전류 누설이 적은 옥사이드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애플은 2021년 아이폰 4종 중 2개 모델에 LTPO-TFT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OLED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메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의미를 넘어 앞으로는 저전력과 고효율 등 차별화된 OLED 기술이 디스플레이 업계 중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터치일체 OLED 기술과 LTPO-TFT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내년에도 애플 아이폰 OLED 공급사로 입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BOE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플렉시블 OLED 사업 확대를 위해 애플 문을 두드리고 있다. BOE는 그러나 올해도 애플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내년 터치일체 기술과 LTPO-TFT 허들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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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F의 부상…韓 부품 수혜 주목

아이폰12에서 주목할 변화 중 하나로 '비행시간측정(TOF: Time of Flight)' 기술이 꼽힌다. 애플은 아이폰12프로 2개 모델에 TOF 모듈을 탑재했다. 올 상반기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 첫 적용에 이어 아이폰으로 TOF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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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카메라와 TOF로 구성된 아이폰12프로.<사진=애플>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애플은 어두운 곳에서 피사체의 초점을 빠르게 잡는 사진 촬영과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에 접목하는 증강현실(AR) 서비스에 TOF를 활용했다.

TOF는 애플이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출시한 S10서부터 TOF를 적용하기 시작해 노트10, 올해 나온 S20까지 탑재했다. LG전자도 TOF를 자사 폰에 도입했다. 그러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다. TOF 활용도가 떨어져 삼성전자는 올 여름 출시한 노트20에서 TOF를 뺏다. 내년 초 출시될 S21에도 탑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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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S20 울트라 후면 카메라부. 뎁스 비전 카메라로 표시된 곳에 TOF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TOF 도입에 삼성전자가 적용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전략폰 탑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TOF를 살피고 있다. 애플이 TOF 시장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주목되는 건 애플이 TOF를 한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앞으로도 적용을 확대하려 한다는 데 있다. 애플은 국내 복수의 부품 업체를 찾아 TOF 모듈 공급을 타진했다. 현재 애플에 납품되는 TOF 모듈은 LG이노텍이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애플이 LG이노텍 외에 추가 협력사를 찾는 건 TOF 탑재 확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벤더는 내년 상반기 중 결정해 2022년부터 거래를 시작할 전망이다.

TOF는 크게 빛을 쏘는 광원(VCSEL)과 피사체에 맞고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인식하는 이미지센서, 센서를 구동하는 드라이버IC로 구성된다. 애플은 광원을 루멘텀과 피니사에서 공급 받고 있으며 센서와 드라이버IC는 소니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 효과로 TOF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도 분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TOF 센서를 개발하고 있고 동운아나텍은 TOF용 드라이버IC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엠씨넥스, 파트론, 캠시스 등은 카메라 모듈 제조 경험을 비탕으로 TOF 모듈 제조로 영토를 확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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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대전(SEDEX)에 공개된 SK하이닉스 TOF 이미지센서.<사진=이동근기자>

◇스마트폰 카메라, DSLR을 닮아가다

스마트폰은 출시 10년이 지나면서 성능이 상향평준화됐다. 각사가 대동소이한 기능으로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만큼은 기술 발전을 거듭하며 스마트폰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음을 아이폰12에서 읽을 수 있다.

가장 고가 모델인 아이폰12프로맥스에는 '센서 시프트(sensor-shift)'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센서 시프트는 이미지센서를 움직여 흔들림을 보정하는 것이다. 어두운 곳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포착할 때 카메라가 흔들리는 걸 방지해 선명한 사진을 찍게 돕는 것이다. 기존 스마트폰에서의 흔들림 보정은 렌즈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했다. 센서 시프트는 DSLR 카메라에서 볼 수 있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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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 시프트 작동 모습<자료=애플>

스마트폰 카메라는 전문가급인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닮아가고 있다. 광각, 표준, 망원 등 다양한 화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멀티카메라로 진화하고 가변 조리개가 적용되거나 렌즈의 밝기를 향상시킨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주목할 다음 기술은 '줌'과 '저조도' 촬영으로 보인다. 줌을 늘리기 위해서는 렌즈 수가 늘어나 모듈이 두꺼워진다. 그러나 스마트폰에는 슬림한 부품이 필수다. 이에 빛을 직각으로 굴절한 잠망경 구조로 두께는 줄이면서 줌 성능을 끌어 올리는 폴디드 카메라가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1에 폴디드 카메라 2대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 줌 기능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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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개발한 폴디드 카메라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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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카메라 모듈과 폴디드 카메라 모듈 구조 비교<자료=삼성전기 블로그>

저조도 촬영은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미지센서 제조사들은 어두운 공간에서는 여러 개 픽셀이 하나의 픽셀처럼 움직이는 기술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노나셀' 기술은 9개의 인접 픽셀을 하나의 큰 픽셀(3×3)처럼 동작하게 한다. 어두운 환경에서 0.8㎛(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작은 픽셀을 2.4㎛의 큰 픽셀처럼 활용해 고감도 촬영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도 유사한 개념의 '쿼드 픽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쿼드 픽셀 기술은 어두운 환경에서 4개 화소를 1개 화소처럼 활용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여 사진을 촬영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업체 관계자는 “DSLR의 고해상도와 밝기, 줌 성능 등을 스마트폰에 구현하기 위해 듀얼, 트리플, 쿼드 등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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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센서 감도를 향상시키는 기술 비교. 감도는 빛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로, 감도가 높을 수록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자료=삼성전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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