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자주 한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그것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도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위기를 맞닥뜨리면 극복하기가 녹록지 않다.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위기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큰 위기를 되짚어 보면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있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분기 기업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수출 위주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수출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기지가 잇달아 셧다운 되는 등 생산과 유통에도 문제가 생겼다.
초유의 위기 속에서 대응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수개월이 지난 현재 위기 극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국내 기업들이 연이어 호실적을 신고했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올렸고, LG전자도 역대 3분기 실적 중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1회성 충당금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 LG화학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이 기대된다.
이들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은 위기 대응 능력과 근본 경쟁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와 가전, 스마트폰 사업 등 완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이 생기자 글로벌 공급망관리(SCM)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에 공을 들여 오프라인 판매 위기를 극복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로 성장한 비대면·온라인 트렌드를 적극 공략해 시장을 주도했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하고, 해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며 성과를 냈다.
결국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정면돌파다. 위기 속에서 조그만 기회 요인을 찾아내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해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선도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우리 기업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줬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