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설립됐다. 정부·지방자치단체·대기업이 성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발굴하자는 취지다. 지난 정권말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불법 자금 지원 등으로 존폐 위기를 맞았다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살아났다. 하지만 대기업 지원 철수가 현실화됐고, 정부 역시 예산을 매년 축소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95억원으로 시작한 정부 예산은 2016년 318억원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당초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472억원보다 줄어든 435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최순실 사태가 발생하며 예산이 삭감됐다. 계획대로라면 스타트업 마중물을 위해 매년 정부 예산이 늘었어야 한다.
당초 계획과 달리 정부의 혁신센터 예산은 대폭 줄어 2018년 376억원, 2019년 379억원, 2020년 378억원으로 정체됐다. 2021년에는 제자리 걸음하던 예산이 더 줄어든다. 중기부는 2021년 센터 예산을 363억원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대기업은 하드웨어 지원에서 소프트웨어 지원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하지만 기부금 현황을 보면 최소한만 남겨두고 철수하는 모양새다.
2015년 설립 첫 해에 총 327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원했지만 2017년 125억원으로 줄었다. 이후에는 2018년 67억원, 2019년 5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대기업이 아예 지원을 중단한 센터는 2019년 기준 전체 17곳 중 7곳(강원, 경남, 경북, 세종, 전남, 제주)이나 된다. 이 중 세종은 첫해부터 매년 기부금이 없던 상황이라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인 대기업 기부금은 첫 해에 비하면 6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2020년 기부금은 연말에 결산할 예정으로 올해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대기업 기부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두고 “혁신센터 설립 초기에는 센터 조기 정착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설비 등을 주로 지원했으나, 현재는 구축이 완료돼 이에 대한 소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대기업은 센터의 주요 파트너로서 기부금보다는 인력 파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베드 제공, 기술자문, 판로 등을 센터 보육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지원금은 대폭 줄었지만 센터별 지원 기업은 늘고 있어 그나마 센터가 창업 생태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인다. 센터별 지원 기업은 2018년 2817개에서 2019년 3765개로 늘었다. 올해 6월 기준 2618개로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업이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 의원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2017년도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정부 예산과 기업 기부금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중기부는 기술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주무부처로, 청년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기술지원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 및 대기업 기부금 추이> (단위:백만원)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