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 연구개발(R&D) 인력은 신입사원만 뽑습니다. 주성의 혁신 정신으로 세계 최초의 장비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뽑을 때의 철학은 확고했다.
그는 회사의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할 때 반드시 신입사원만을 뽑는다. 경력 사원은 그간 쌓은 노하우로 '모방'을 하지만, 입사 때부터 주성엔지니어링 DNA로 무장한 직원은 훗날 주성만의 '혁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신규 채용 이후 교육비용을 고려해 이른바 '즉시 전력감'을 선호한다.
그러나 토종 반도체 엔지니어를 양성으로 국가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혁신으로 경쟁력 있는 장비를 생산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누구보다 남다르다.
황 대표의 인재 양성에 대한 자신감은 근거가 있다.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27년 동안 그의 손으로 만들어낸 특허는 2000여개, 세계 최초의 기술은 18개다. 한 예로 공간분할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법(SDP CVD) 장비는 황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낸 장비다.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든 원천 기술에 힘입어 주성엔지니어링은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업체로 성장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 수출에 성공한 이후, 8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는 'K-제조'의 중심이 됐다.
R&D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열쇳말이라는 게 황 회장 생각이다. 따라서 회사의 R&D 능력 향상은 황 회장의 최우선 미션이다. 회사 임직원 중 R&D 인력 비율이 66.6%를 차지하고 회사 설립 이후 연구비용으로만 1조원 이상을 썼을 만큼 제품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늘 주성만의 기술 혁신과 토종 기술 인재 양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왔던 그는 올해 초 경기 용인시에 새로운 연구개발센터를 세웠다. 황 대표는 “지난 27년 동안 이 센터 설립을 위해 달려왔다”며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8000평 부지, 6층 높이 건물의 센터는 오로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연구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센터 안에는 4000평 크기의 클린룸이 자리하고 있다.
30대가량의 반도체 식각, 증착 장비가 클린룸 가득 정렬돼 있고,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클린룸 한편에는 10.5세대 디스플레이 패널 공정 연구용 장비도 자리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 곳에서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며 “향후 핵심 반도체 공정 기술이 될 원자층증착법(ALD) 장비 기술을 핵심적으로 연구한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 R&D센터 곳곳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핵심 기술과 전문 엔지니어를 육성하겠다는 그의 결연한 각오가 곳곳에 배어있다.
황 회장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며 “기업가 정신과 끊임없는 R&D로 먼저 행동하면서 남들이 만들지 않는 1등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