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홍진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 “음악 창작 가치, 정당하게 보상받도록 할 것"

송골매의 히트곡 '세상만사'가 작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진지하게 기타 코드를 잡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천생 뮤지션이었다.

그러나 음악 산업과 저작권을 이야기할 때는 투사 같은 모습도 엿보였다. 저작권 침해는 명백한 법률위반이라며 어떤 침해에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협회를 대변하는 발언을 할 때는 대변인에 가까웠다. 협회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음악 산업이 오늘과 같은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홍진영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20년 동안 작사·작곡가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10년 전 협회 이사로 선임된 이후 음악 저작권자 권리 증진에 힘써왔다.

재작년 초 제23대 한음저협 회장을 맡으면서 그가 해야 할 일도 늘었다. 2년여 동안 저작권 징수액 증대, 경영 관리 혁신, 업무 효율성 제고에 힘을 쏟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음악 창작자의 권리를 중요하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와 저작권 분쟁 역시 이런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홍 회장의 생각이다.

홍 회장을 만나 음악 저작권에 대한 생각과 한음저협의 현안, 남은 임기 동안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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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윤대원 ICT융합부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역할과 성과를 소개해 달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대한민국 음악 산업 발전과 함께 해왔다. 협회는 음악인이 만든 작품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합법적으로 유통되도록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해 창작자에게 분배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폭이 좁았던 저작권 징수 매체를 지금의 전송, 방송, 복제, 공연 등으로 확대해서 징수·분배를 하고 있다. 외국 저작권 단체와 상호관리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해외 음악을 관리하며, 해외에서 유통되는 모든 우리 음악 저작권료도 징수해 작가에게 분배하고 있다.

이런 모든 업무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음악을 널리 보급시키는 과정이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설립된 목적이기도 하다. 과거 선배들이 세운 협회가 없었다면 지금 대한민국 음악 산업은 이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장 취임 후 2년 반 동안 주요 활동과 성과는 무엇인가.

▲징수 분배는 협회의 기본 업무기 때문에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2018년에 최초로 징수액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성과를 올려서 올해는 2399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장으로서 협회 경영 관리에 개혁과 혁신을 추진했다. 우수한 인재를 등용해 경영 전반에 업무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었다. 내부 전산팀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관리하는 게 대표 사례다. 아마 이런 회사나 협회는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

3만6000명 회원과 417만여 관리 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바꾼 것은 시스템 개선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다.

협회 회원과의 반목을 없애기 위해 포용정책을 펼치고 협회가 가진 위상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회원이 믿을 수 있도록 회계를 오픈하고 경영 성과나 업무 성과, 결과를 매월 보고하고 소통하고 있다.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도 협회의 바람직한 변화다. 모든 민원을 48시간 이내에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국제 저작권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게 된 것 또한 주목된다. 협회는 역대 최초로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이사국으로 선정돼 활동 중이다. 20개 단체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국제 저작권 이슈를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OTT 등 미디어와 분쟁이 최대 현안으로 알고 있다.

▲국내 OTT 업체와 계약은 서비스 특성에 맞게,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의 사용요율을 참고해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비롯해 IPTV 등 여러 계약 건이 남아있는데, 음악 저작권 계약은 흥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일부 국내 OTT 업체는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보다 낮은 요율로 계약해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왜 음악 저작권이 평가절하되고 희생돼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주변 산업을 짓밟으며 성장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국내만 1/4 수준으로 받게 된다면 해외 국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해외 음악이 사용된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료가 타국에 비해 낮게 책정되면 현지 작가들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통상 차원에선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한류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국내와 외국 기업을 차별해 달라는 건 우스운 일이다.

-양보는 어렵다는 얘기인가.

▲OTT 업체가 계약 없이 사업을 하는 건 한음저협을 무시하는 것인데 이는 모든 음악인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양보는 불가능하다. 현 상황은 협회 회원의 생각에 반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라고 날 뽑아준 건데 내가 물러설 순 없다.

더욱이 앞으로 아마존, 애플TV, 디즈니 등 많은 해외 OTT 업체들이 들어올 텐데 국내 OTT와의 계약을 철저히 마무리해야 한다.

음악 저작권 계약은 매체와 콘텐츠의 특성,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음악의 비중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엄정하게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협회는 음악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계약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으로 보는가.

▲그렇다. 과거에는 음악인에 대한 저평가 기조가 팽배했다. 미디어에는 아직 그런 시각이 일부 남아 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음악을 발표하면 저작권으로 그냥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음악과 노래를 만들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협회의 징수 목표액은 2399억이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와 비슷한 이탈리아의 저작권료 징수액 6600억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저작권법 개정과 다양한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 예로, 공연권을 제한하는 저작권법 제29조 2항을 개정해 징수처를 늘리고, 현재 세계 평균의 1/10 수준에 지나지 않는 최저 사용료를 끌어올려야 한다.

취임 당시 임기 내에 징수규모를 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을 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신규 시장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5000억원이 결코 허황된 목표는 아닐 것이다.

-1년여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음악 산업과 함께 음악 저작권도 하나의 사업 플랫폼이다. 이에 따라 한음저협은 한국의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산업 성장에 따라 협회도 더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1년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기존에 하던 개혁과 혁신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시스템과 사업, 징수규정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회원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프로그램 개발을 이어갈 것이다.

갈수록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잘 대처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도 위상을 높이고 신뢰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겠다.

-전자신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린다. 하루 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공연시장이 정상화돼서 음악인뿐만 아니라 국민 여러분도 음악으로 치유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직접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친숙하게 생각해 주시고 협회가 추진하는 정책에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홍진영 회장은...

홍진영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1972년생으로 경북 포항 출신이다. 2000년에 작사, 작곡가로 데뷔한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고, 마시따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로 활동 중이다.

그의 대표곡으로는 이승철 '그 사람' '잊었니' '사랑 참 어렵다', 이문세 '사랑은 늘 도망가', 알리 '서약', SG워너비 '그대를 사랑합니다', 마시따밴드 '돌멩이' 등이 있다.

2010년 한음저협 이사로 당선된 후 2018년까지 집행부(제21대~22대)로 재직하며 협회 개혁과 징수확대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2018년 2월 제23대 회장으로 당선돼 한음저협을 이끌고 있다.

취임 첫해 2034억원의 저작권료 징수액을 달성해 최초로 2000억원 시장을 열었다. 같은 해 저작권업계의 UN이라 불리는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의 이사 단체로 당선되며 세계 20개 단체로 구성된 이사회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다.


정리=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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