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선통신은 오랫동안 더 빠르고, 더 넓고, 더 안정적인 연결을 향해 발전해 왔다. 1세대(1G)가 음성을 전달하고 4G와 5G가 모바일 데이터와 초연결 서비스를 확산시켰다면, 6G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통신망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제 전파는 정보를 실어 나르는 수단을 넘어, 공간을 감지하고 현실 세계를 디지털 정보로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센싱·통신 통합, 즉 ISAC(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가 있다. ISAC은 동일한 전파와 주파수 자원, 동일한 안테나와 RF 하드웨어를 활용해 통신과 센싱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통신 시스템과 레이더·센싱 시스템이 서로 다른 장비와 주파수를 사용했다.
그러나 주파수 자원은 한정돼 있고 무선 인프라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두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하는 것은 주파수 효율을 높이고, 구축 비용을 줄이며,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중요한 방향이다.
ISAC의 가치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자원 효율성이다. 하나의 무선 인프라가 통신과 센싱을 함께 수행하면 별도의 센서망 구축 부담이 줄어든다. 둘째는 통신 성능 향상이다. 통신망이 단말의 위치와 채널 상태, 주변 산란체 정보를 감지하면 빔 조향, 전력 제어, 자원 할당을 더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다. 셋째는 서비스 확장성이다. 전파를 이용한 감지는 도로 상황, 드론 이동, 침입 여부, 재고 상태, 사람의 움직임과 생체 신호까지 다양한 정보를 비접촉 방식으로 파악하게 해 준다.
이러한 특성은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홈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지국이 교통 흐름, 낙하물, 도로 상태, 드론 이동을 감지해 차량과 관제 시스템에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자율이동로봇과 무인운반차의 위치를 추적하고 생산 공정과 재고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홈에서는 카메라 없이도 낙상, 수면 상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어,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안전과 건강을 돌보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물론 ISAC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반사파와 산란체를 고려한 새로운 채널 모델링이 필요하고, 통신 성능 지표와 함께 센싱 해상도·정확도·감지율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통신 효율과 센싱 성능의 균형을 맞춘 파형 설계가 중요하다.
동일한 시간과 주파수에서 두 기능을 수행할 때 발생하는 상호 간섭을 제거하기 위한 전이중 듀플렉싱, 다기능 RF, 고효율 안테나, 인공지능(AI) 기반 신호처리 기술도 핵심이 된다. 국제표준화도 본격화돼 3GPP는 Rel-21에서 6G 최초 규격을 완성할 예정이며, WRC-27에서는 관련 주파수가 논의될 전망이다.
ISAC의 확장은 지상망에만 머물지 않는다. 6G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지상망과 비지상망(NTN)의 통합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해상, 산간, 도서, 항공, 재난 지역처럼 지상망이 닿기 어려운 공간까지 연결성을 확장한다. 여기에 ISAC이 결합하면 위성통신망은 단순한 광역 통신망을 넘어 전 지구적 센싱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다.
위성 신호를 이용하면 지상망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비가시선 지역, 해양, 재난 현장, 광역 이동체를 감지할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센싱 정보를 위성 빔포밍과 자원 제어, 핸드오버 최적화에 활용하면 위성통신 성능도 높일 수 있다. 통신과 센싱을 통합해 하드웨어·주파수·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통합 이득과, 지상망과 위성망이 서로 보완하며 더 넓고 정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이득을 함께 얻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6G 표준 기반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과 위성 발사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위성 ISAC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앞으로 ISAC의 고도화에는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AI는 센싱 품질과 통신 품질을 학습해 파형, 빔, 전력, 자원블록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 나아가 지상 ISAC과 위성 ISAC이 연계되면 도시, 산업, 해양, 공중, 우주 공간의 정보를 하나의 환경 디지털 트윈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네트워크가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최적의 통신·센싱 동작을 선택하는 AI-내이티브(Native) 통합망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6G 시대의 전파는 연결의 매체를 넘어 감지의 도구가 된다. 사람과 사물을 이어주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상태를 읽고 이해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ISAC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자 지상망과 저궤도 위성망을 아우르는6G 입체통신의 중요한 축으로서, 미래 네트워크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도록 이끌 것이다.
이문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moonsiklee@etr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