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공지능과 지식재산 국가전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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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약사가 신약 1개를 만들려고 한다. 수만개 물질을 검토해서 후보물질을 찾아야 한다. 동물·사람 대상 임상 실험 및 시험도 거쳐야 한다. 개발 기간은 어림잡아 10년이고, 개발비용은 1조원을 훌쩍 넘긴다. 가위 천문학 숫자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단박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다. 신약 개발 기간을 대략 3~4년으로 단축하고, 개발 비용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당연히 특허 등 지식재산권으로서 보호받는다.

화이자는 IBM의 의료 AI '왓슨'을 활용해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고, 노바티스는 AI혁신연구소를 설립해서 MS와 협력해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AI 기반 약물 재창출 모델을 활용, 세계 유행이 되고 있는 코로나19에 효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후보 약물을 도출하고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시장은 지난 2016년 2억6250만달러에서 오는 2024년 40억달러로의 성장이 전망된다.

AI에 의한 창작도 눈부시다. AI가 미술, 음악, 작문, 발명 등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 온 창작 활동을 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AI가 그린 인상파 경향의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약 5억원에 낙찰됐다. 2019년 세계정보기술대회에서 AI가 클래식 음악을 실시간 작곡하고, 사람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이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비영리 AI 연구기관 오픈AI는 문장을 자동 생성하는 AI 모델(GPT-2)을 공개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AI시스템(DABUS)이 발명한 음식용기, 램프가 특허 출원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AI 국가전략 수립 및 지능정보화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AI 강국을 국가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한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을 위한 법·규제·관행 개선이나 정책 지원 등 선순환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AI-지식재산특위를 설치했다. AI시대 지식재산 국가전략을 수립, 성공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위의 첫 과제는 AI·데이터 중심의 지식재산 생태계 혁신이다. AI와 양질의 연구데이터, 콘텐츠, 교육데이터 등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인프라 조성, 지식재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AI-지식재산 창출 효과를 낼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AI 분야 지식재산의 국가 경쟁력 강화다. 미래를 주도할 AI 중소·벤처기업의 발굴과 지원, 지식재산 서비스 전문 기업 육성 및 지식재산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AI 분야 특허 수준 진단, 특허 빅데이터 조사·분석에 기반을 둔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해 우수 지식재산을 단기간에 효율 높게 창출하게 된다. 특히 물리 실험, 신약 개발 등 장기간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한다면 신제품·서비스 R&D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세 번째 과제는 AI 지식재산 관련 개별 법·제도에 대한 과감한 정비다. AI 학습데이터 수집 시 저작권 침해 면책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 AI 분야 특허심사기준 정비, 데이터 보호를 위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공공저작물 이용 활성화 법령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과제는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 추진이다. AI 창작물에 대한 효과 높은 보호, AI의 발명자·저작자 적격성, AI 창작물의 보호 범위 및 소유권 주체의 명확화, AI-지식재산 시범사업 추진 등을 담을 예정이다.

특위는 AI-지식재산에 관한 산업·연구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제·사회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가시화·구체화하는 등 마련하고 있다. 단기간에 결정이 어려운 글로벌 차원의 이슈는 범정부 차원의 추진 원칙과 방향을 먼저 정립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 논의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어느 틈엔가 AI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이것을 오로지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AI 지식재산 국가전략의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

이상직 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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