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ICT 서비스산업 대부분이 외국기업에 선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ICT 산업 현장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한국 ICT 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은 클라우드와 플랫폼 시장 등 국내 ICT 서비스업 시장을 이미 글로벌 외국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 ICT 기업 영세성이 뚜렷해 기업당 매출액은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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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한국은 4차 산업혁명 기본 인프라가 되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향후 5년간 모바일 네트워크 중 5G 비중 전망은 6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 평균속도 1위, 광케이블 보급 1위, 전자정부평가 2위 등 ICT 인프라 보급과 접근성에서 손꼽히는 ICT 인프라 강국이다.
그러나 기업의 ICT 활용도 측면에서는 OECD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한 거래는 물론 고객관리 및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 ICT 기술 이용 기업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낮았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 비율도 OECD 평균 대비 낮아 우수한 ICT 인프라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등 ICT 서비스업 경쟁력 자체도 떨어졌다. 클라우드 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임에도 국내 시장은 이미 외국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국내 분야별 플랫폼 시장 상당수도 외국기업이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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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CT 기업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은 물론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영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ICT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710억원으로 세계 평균인 795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세계 1위 미국 기업 평균(3.3조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기업당 연구·개발(R&D) 지출액 역시 세계 평균 3분의 1, 미국 대비 15분의 1 규모였다. SW와 서비스 산업 분야는 한국 1개사당 평균 매출액이 1190억원으로 세계 평균(5230억원)의 4분의 1, 미국(2.3조원)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한국 ICT 산업의 기술 수준도 주요 경쟁국보다 뒤처졌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6개 ICT 분야별 평균 기술 수준은 미국(100%)을 기준으로 유럽 92.9%, 일본 88.9%, 중국 86.1%, 한국 84.5% 순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훌륭한 ICT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외국기업에 점령당하지 않으려면 ICT 산업에 관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며,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IC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만성적 업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 환경 개선과 창업 환경 대선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