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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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전선 확대는 패착으로 이어진다. '읍참마속' 고사로 잘 알려진 촉의 북벌 실패가 대표적이다. 가정 전투에서 선봉에 선 촉의 마속은 위 장합 부대와의 전면전을 최대한 피하는 한편 요지를 점령해서 진군을 막고 시간을 끄는 임무를 받았다. 그러나 제갈량의 지시를 거부하고 산에 올라가 진을 치는 실책을 범한다. 지형이 복잡해서 병력 운용이 어렵다는 왕평의 조언도 거부한다. 기세가 오른 시기에 맞춰 확실한 전과를 올리려는 욕심이 컸다. 그 결과 장합은 산을 포위해서 급수로를 차단하고, 마속은 대패해서 도주한다. 군법을 어긴 마속을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참수한다.

최근 글로벌 공유킥보드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운영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날씨가 더울수록 라스트마일 이동에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및 유럽 시장은 공유킥보드 이용률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 시장은 계절과 여건 모두 자원을 집중하기 안성맞춤이다.

소비자 편의 증진, 산업 확대 및 고용 창출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관리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모만 늘리게 되면 부작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현재도 전동킥보드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사고를 유발하고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잦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규모만 커지면 반발은 더 거세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버X' '카풀' 퇴출처럼 산업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 대중은 이동을 방해하거나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볼 때 개별 브랜드에 한정해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일을 벌인 기업 따로 책임을 지는 기업 따로가 될 수 있다.

서비스 확대와 발맞춰 이에 따르는 책임도 견지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은 개별 시장에서 그 지역에 맞는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로컬 지사는 본사 운영 방침을 따른다며 시장 요구와 맞서는 일이 많다. 전동킥보드업계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 기업과 다른 기준으로 사업을 키우는 업체가 있다. 사업을 키우려면 그만큼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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