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우리의 시대 정신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개인에 대한 기업가정신 필요성을 얘기해왔다. 일부 댓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당위성 측면에서 기업가정신 강조만 가지고는 도움이 안 된다. 사회 인프라와 각 기업 지원이 있어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져야만 진정 기업가정신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사회 인프라 차원에 대한 제안을 해볼까 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 정신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5개국 가운데 26위로 발표됐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심각한 뉴스다. 북유럽 국가의 지수가 가장 높았다. 한국은 수출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다. 이는 제조업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제조업은 의욕을 잃은 상태고, 경쟁력을 상실했다. 통일이 된다면 모를까 그 전에는 제조업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워졌다.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물려 주기 위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제조, 핀테크, 온·오프라인연계(O2O), 게임 등 업종 구분 없이 신규 사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누가 이를 주도할 것인가.
기업, 정부, 개인이 각자의 역할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꽃 피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노키아 도산 이후 핀란드 경제에 대한 우려는 마침내 많은 벤처기업의 성공으로 어느 정도 불식됐다. 모바일 게임 최강자로 등극한 슈퍼셀,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등 게임 산업 등의 결과물이다. 핀란드 정부가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시현하기 위해 지원했는지 많은 자료가 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정부보다 기업 역할에 대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종합상사 출신이다. 과거에 상사가 어떻게 일해 왔는지, 동력은 무엇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과거 종합상사는 직원 각자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해서 자기 사업을 하듯 일했다. 회사 실적은 결국 각 직원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종합상사가 앞장서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예를 들면 당시 예스24, 프리챌 등 많은 사이트가 종합상사와 직간접 연관된 사이트였다.
각 중견·대기업이 지난 2000년 초 종합상사처럼 코로나19 이후 바뀌게 될 새로운 사업 패러다임이나 이미 잘 알고 있는 새로운 성장 사업을 주도하면 어떨까 한다. 우리나라 인프라가 미국, 유럽 등 국가들과는 달라서 개인이 창업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한다. 물론 쿠팡 등 일부 결과물도 있지만 중견·대기업에서 유니콘 기업 만들기를 주도하면 어떨까 한다.
새로운 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 투자 또는 공모 등으로 초기 지원, 스핀아웃 등 창업 환경을 조성한다면 기업의 사회 책임은 물론 신규 시장 진입 등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단 개인의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해 반드시 개인이 사업 주체가 되고, 기업은 지분 참여 등으로 시너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많은 기업의 참여로 창업이 수백, 수천개 이뤄진다고 해보자. 기업 환경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요즘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일시 보여 주기 위한, 인기를 위한 현금 지원 등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대기업 위주로 돼 있는 우리 경제 구조에서 대기업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 내 사내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한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회사도 있지만 창의 방안이 좀 더 적극 마련되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귀남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코리아 대표이사 38cobh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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