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속담처럼 혼자 일을 추진하면 효율 높게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장기로 보면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협업하면 초기에는 더딜지 몰라도 상생의 결과를 낼 공산이 높다.
속담의 교훈은 현재 한국 원격교육 시장에도 적용된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교육 분야만은 IT 접목이 미흡했다. 공교육 영역에 산업이 들어오는 것은 금기시됐다. 교육과 산업을 별개로 본 이분법 사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는 “지난날 교육부·학교 관계자를 만나 산업 이야기를 꺼내면 신성한 교육을 말하는데 왜 돈 이야기가 나오냐며 호통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 결과 공교육 시장에 진입한 에듀테크 기업이 거의 없었다. 교육과 산업이 각자의 길을 간 셈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교육과 산업 사이에 공고하게 쌓여 있던 벽이 한 번에 허물어졌다.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정부와 에듀테크 기업이 급하게 손을 잡았다.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초·중·고등학교 원격 수업이 성공리에 수행됐다. 솔루션, 콘텐츠 등 에듀테크 기업의 숨은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 같은 국내 에듀테크 기업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숨 돌린 정부는 이제 미래 교육을 위한 원격교육 시스템 구축 준비에 나섰다. 교육과 동시에 에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 또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과거처럼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가지 않고 정부 주도로 산업이 배제된 교육만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이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산업과 교육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영국 정부는 에듀테크 기업을 육성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에듀테크 서비스를 적극 소개하는 플랫폼도 지원한다. 그 결과 에듀테크 산업이 성장했으며, 학교는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도움을 받아 미래 교육으로 나아갔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부와 에듀테크 산업계가 함께 걸어가면서 산업과 미래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길 기대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