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기일식으로 본 에너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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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일요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동부, 동유럽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됐다. 우리나라 지리 위치상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나 태양 코로나만 관측되는 금환일식은 볼 수 없어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일 전국의 날씨가 맑아서 약 2시간 동안 일식에도 도심이 크게 어두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전력거래소는 초유의 경험을 하는 긴장의 시간이었다. 전체 발전량에서 태양광 전원 비중이 커진 상황에 처음 맞는 개기일식이었기 때문이다. 만일에 대비한 다양한 사전 대책과 조치가 필요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태양광 설비용량이 최근 급속한 보급 추세로 1500만㎾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에는 자가용 태양광처럼 소비자 계량기 후단에 설치돼 있어서 발전량을 측정할 수 없는 태양광(이하 BTM 태양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BTM 태양광 발전량에 따라 전력 시장에서 관측되는 소비자 전력 수요가 변동한다는 것이다. 즉 BTM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지고 이를 자가 소비로 충당하면 계량기를 통해 전력 시장에서 구입하는 소비량이 줄어든다. 그 반대가 되면 소비자가 계량기를 통해서 구입하는 전력 수요는 증가한다. 예상대로 이번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전력 시장 수요는 일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TM 태양광 설비 용량이 많아진 이후에 처음 경험하는 개기일식이어서 전력 수요가 해당 시간 동안에 얼마만큼 증가할 것인가라는 예측에 만전을 기했다.

전력 수요 변동만이 아니다. 다른 발전기처럼 전력 시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일반 태양광도 설비 용량이 많아지면 개기일식에 따라 전력 시장에 제공하는 공급량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전력공급의 불확실성도 증가한다. 어느 유형의 태양광이든 설치 용량이 많아지면 개기일식으로 인한 전력 수요 예측과 전력 공급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수급안정 대책은 예상 외로 많다. 개기일식 당일 일조량은 물론 기온 변화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변동에 대비해 기상청 방재기상 사이트 천리안 위성자료 등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병행해야 한다. 부분일식 진행에 따른 BTM 태양광 발전량 변화를 전력 시장 수요 예측에 반영하고, 여타 태양광 발전량 감소에 따라 운영예비력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양수발전기 등 발전이 즉각 가능한, 유연한 공급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원자력·석탄 등 출력 변화가 경직 성격의 전원을 안정되게 운전해야 한다. 개기일식 진행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압 불안정에 대비해 수도권 지역 변전소 전압 상향 조정, 각종 휴전 작업이나 시험을 중지하도록 한전·발전사업자에 미리 요청하는 등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후로는 이번 개기일식이 태양광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축적된 실적 데이터를 철저히 관리하고 분석하는 등 이와 유사한 변동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에는 제어 가능하고 간헐성 없는 전통 발전기를 수백개 운영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신재생 전원 확대로 간헐성과 변동성의 태양광, 풍력 등 발전기 수만기 이상이 송배전망에 혼재해서 운영된다. 수급 안정을 위한 전력계통 운영이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에서 신재생발전량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향후 신재생발전량이 늘어나면 전력계통 안정 운용은 새 과제와 애로에 직면한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되는 다음 일식은 2030년 6월 1일 토요일이라고 한다. 그 시점이면 재생에너지 3020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0% 안팎으로 올라설 것이 전망된다. 전력거래소가 이번 개기일식에 대비해 전력계통 안정 운영 대책을 수립한 것은 향후 신재생발전이 유발하는 문제점 대응에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개기일식을 계기로 우리 전력거래소는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면서도 수급과 계통 운영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는 에너지 전환 실무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방침이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ytcho@kp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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