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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구광모 회장이 29일로 취임 만 2년을 맞는다. 젊은 총수 구 회장 체제의 LG는 더 나은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에 방점을 찍고, 그룹 미래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 등을 간소화하고, 보고 및 회의 문화를 개선하며 실용주의 문화를 확산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과 미래사업 육성을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분야 개방과 협업을 확대하며 미래 준비에 힘을 주고 있다.

◇'고객가치'에 집중…새로운 기회 포착

구광모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고객가치'다. 그룹의 변화 방향과 지향점 역시 '고객가치' 창출에 집중돼 있다.

구 회장은 코로나19가 국내외에 한창 확산되던 지난 4월 초 사장단에게 메일을 보내 “LG만의 고객을 향한 기본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4월 말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주재해, 고객가치 실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등 변화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달라질 미래 환경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대기업 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콜센터인 LG유플러스 고객센터를 방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속적으로 고객접점 현장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이 고객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개선하고 해결하는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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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가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디자인이야말로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라면서 디자인을 통한 고객감동의 품격을 높이는 방안을 듣고 논의했다. LG전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 약 20㎜ 두께의 벽밀착 TV '올레드 갤러리 TV' 등 가전제품에서 디자인 명작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가치를 찾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DX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서울 마곡에 위치한 R&D 허브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고객에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DX와 AI 같은 혁신 기술을 앞서 준비하고 미래 기회를 선점하자고 강조했다.

LG는 DX에 박차를 가해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제품과 서비스 가치를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다.

LG그룹은 계열사 IT시스템을 올해 50% 이상,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주요 소프트웨어 표준화, 업무지원로봇과 언어 자동번역 시스템 도입, DX 전담 조직 구축 등을 통해 제품, 서비스, 생산 등 경영활동과 업무 방식 전반에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DX와 AI 분야 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그룹 차원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고 중소·스타트업과 상생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 사업가 육성 통한 '미래준비'

구 회장 취임 이후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 발굴·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지주사 대표로서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대표 미래 성장 사업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GM과 1조원씩 출자해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 방송·통신 융복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하고, 융복합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 맥쿼리그룹에 지분 35%를 약 1조원에 매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우려를 해소하고, 동시에 맥쿼리그룹이 가진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영역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총 20조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중국 광저우 신규 패널 공장과 파주 추가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연간 1000만대분의 TV용 OLED 패널 생산으로 OLED 대세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 밖에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뉴에이본, 일본 에바메루 인수, 유럽 피지오겔 지역 사업권 인수 등 성장사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미래 준비를 위해 신기술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해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출범한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현재까지 AI, 로봇, 자율주행 등 18곳의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에 약 4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비주력 사업은 신속하게 정리했다.


LG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고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 등 선제 대응 필요성이 확대되자, 올해 2월 LG전자, LG화학, LG상사가 가지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해 약 1조 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 청산 및 수처리 사업을, LG화학은 LCD편광판 사업을,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각각 매각하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