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바이러스(HBV)와 거대세포바이러스(CMV)의 생존 전략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소속 RNA 연구단(단장 김빛내리) 연구팀은 이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RNA 보호시스템을 역이용하는 것을 규명했다.
HBV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80만명 사망자를 내며, CMV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의 폐렴, 뇌염 등을 유발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바이러스는 숙주 면역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저마다 생존전략을 세우는데, HBV와 CMV가 자신을 보호하는 원리,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RNA 연구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자체 개발한 RNA 염기서열 분석법인 꼬리서열분석법(TAIL-seq)을 썼다. 이 기술은 RNA 말단 아데닌 꼬리를 마치 책 읽듯 문자로 해독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결과 HBV, CMV의 RNA에 다양한 염기로 이뤄진 '혼합꼬리'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혼합꼬리는 세포가 자신의 RNA 보호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바이러스 역시 RNA 안정성을 높이고자 숙주세포 자원을 활용, 생존 전략을 모방해 혼합꼬리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혼합꼬리 생성에 'TENT4' 단백질과 'ZCCHC14' 단백질 복합체가 이용됨을 규명했다. 바이러스 RNA 일부에는 실핀 모양의 '헤어핀' 구조물이 있는데, 이 구조물에 단백질 복합체가 결합하면 TENT4 단백질이 혼합꼬리를 만들어낸다. 즉 헤어핀이 혼합꼬리 생성 도화선 역할을 한는 것이다.
연구진은 혼합꼬리 형성을 돕는 단백질과 헤어핀을 표적으로 삼으면 새로운 감염 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빛내리 단장은 “HBV, CMV 생존 전략인 혼합꼬리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며 “이는 혼합꼬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