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메모리 투자 가속
시안 공장 이어 평택 라인 증설
후발주자 추격 의지도 거세
낸드 이어 D램 생산설비 확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경영 행보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메모리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붙이는 것은 관련 시장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1위를 유지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가운데서도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증설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시안 2공장에 월 6만5000장(65K) 규모 낸드플래시 라인을 증설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와 인력 공급에는 일부 차질이 생겼지만, 올 3월 이 라인에서 2만장(20K)가량의 초도 물량 출하를 시작하는 등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시안 2공장 65K 투자에 이어 평택캠퍼스에 낸드 라인을 늘리기로 한 배경으로 글로벌 낸드 플래시 시장 성장과 함께 후발주자의 발빠른 시장 진입과 추격 등이 꼽힌다.
우선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낸드플래시 시장 회복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삼성이 설비 투자에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인한 급격한 메모리반도체 시황 악화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은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불황기 터널을 지난 낸드플래시 시장은 올 1분기 바닥을 찍고 큰 폭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분기 대비 8.3% 성장한 136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각종 정보기기(IT) 수요가 움츠러들었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해 서버용 낸드플래시가 불티나게 팔린 것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 재고 수준은 '공급 부족' 상황에 가까운 2~3주 수준으로 안다”며 “삼성전자가 앞으로의 낸드플래시 호황을 예상하고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후발주자들의 매서운 추격도 삼성전자가 적극적 투자를 진행하는 중요한 이유다.
대표적 예로 최근 중국 YMTC가 128단 낸드플래시를 들고 나오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직 양산 수준은 아니지만, 테스트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중앙처리장치(CPU) 강자 인텔의 추격도 만만찮다. 지난해 인텔은 세계 최초 144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용 낸드플래시 시장에 더욱 공격적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물론 생산량까지 차이를 벌리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노린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삼성은 올해 낸드플래시 투자에 주력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D램 생산능력 확대에도 점차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낸드플래시용 시안 2공장 투자 진행과 동시에 평택캠퍼스에도 새로운 D램 생산 설비 구축을 시작했다.
회사는 평택캠퍼스 1공장 유휴 공간과 이번에 낸드플래시 라인을 구축하기로 한 2공장에 월 5만장(50K) 규모를 투자하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투자 기조 역시 세계 D램 시장 회복세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요 PC용 D램 DDR4 8Gb 2133㎒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1월 이후 매달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투자로 평택 P2 라인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요람'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지난달 21일 5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낸드플래시 라인이 잇달아 갖춰지면서 삼성의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 라인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