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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자신문DB>

우리나라의 국방비 규모는 세계 10위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세계에서 4번째로 높다. 국방 분야의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액 및 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율도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독일·프랑스 등보다 높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방과학기술은 세계 최고인 미국 대비 80% 수준으로 세계 9위에 위치한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무기체계 수입액은 세계 9위로 세계 무기체계 시장에서 절대 큰손이다. 무기체계 수입에서 우리보다 상위에 있는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제 부문에서 개발도상국이거나 국방비 지출 및 국방과학기술 투자가 빈약한 나라다. 혹시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1위임에도 기술무역수지와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 실적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이른바 '코리아 R&D 패러독스'가 국방 분야에도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국방비 지출, 국방 R&D 투자와 그 성과인 국방과학기술은 세계 수준이라고 하지만 왜 우리는 매년 막대한 양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꼬투리를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난 수년간 국내 방산업체의 방산 부문 순이익률은 사실상 0%에 근접해 있다. 방산업체의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R&D 투자도 수년 동안 증감을 반복하면서 거의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국산 무기체계 및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은 70%로 세계 최고 대비 80% 수준이라는 국방과학기술 성과가 방산 현장에서 무기체계 및 부품 개발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은 지속 가능한 국방력 건설의 한 축인 국내 방산기업의 취약한 사업 및 기술 경쟁력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한편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갈수록 위태한 형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및 군사 대국화, 일본의 전략기술 통제 강화, 미국의 강력한 국방력에 기초한 자국 우선주의 천명 등. 여기에 더해 미래 전장 환경은 원거리 정밀타격전, 사이버전, 우주항공전, 무인·로봇전 등 첨단 과학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은 새로운 응전을 요구한다. 급변하는 국가안보 및 국방과학기술 환경에 대한 능동 대응과 전략 강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국방 R&D 추진 전략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오랜 기간 진화·발전해 온 제도와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출발점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방 R&D 예산 항목 가운데 국방과학기술 R&D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올해 정부 R&D 예산으로 무려 24조2000억원을 책정한 나라에서 무기체계 핵심기술 개발을 포함한 국방과학기술 예산은 지난 수년간 4000여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래 전장에서 요구되는 첨단 무기체계의 해외 구매가 아닌 국산화를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국방과학기술 역량 확보가 필수며, 이를 위한 국방과학기술 투자 확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급변하는 국방과학기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유연한 국방 R&D 혁신 기획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국방획득사업 중심의 국방기획관리제도(PPBEES)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일방향·하향식 국방R&D 추진 방식을 앞으로는 R&D 수행 주체의 기술 제안이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양방향 기획 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민수 분야의 급속한 과학기술 성과를 국방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과감한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기술력을 갖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및 민수 기업들의 국방 R&D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 융·복합화 시대에 걸맞은 국방 R&D 수행 주체의 다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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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hhhtj@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