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서서히 진정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시작됐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정부는 조만간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세부 사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선언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K-스탠더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 4·15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여당과 정부에 던진 묵직한 과제다.
한국판 뉴딜에는 우선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부상한 '언택트(비대면)' 산업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가 포함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 뉴딜'이라고 정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바이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원격진료와 원격교육 플랫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도 고민하자. 한국의 경험과 사례를 많은 나라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주력산업 활력을 제고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책도 포함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이다. 당장은 수요 절벽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적극적인 무역금융 지원과 함께 비대면 마케팅을 활용한 새로운 수출 기회도 창출하자. 디지털 전환을 산업구조 재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공급망(GVC) 재편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화'는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인적·물적 교류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아시아 등을 망라해 촘촘하게 짜여 있는 GVC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차제에 코로나19에 버금가는 바이러스가 또다시 창궐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하기 어렵다.
결국 제조업 기반을 어떻게 지키고 부흥시키느냐에 따라 국가 존망이 좌우될 것이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더욱 튼튼히 하고 플랫폼화해야 한다. 소부장이 튼튼한 나라는 글로벌공급망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전 국민이 혼비백산했던 마스크 대란도 결국은 소부장 플랫폼이 있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혁신 역량이다. 언택트 산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 산업구조 재편 및 GVC 재편 대응은 결국 얼마나 혁신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무대다. 다행히 우리는 신속한 코로나19 진단과 대응, 치료 과정에서 어느 누구보다 빨리 혁신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제 이 혁신 역량을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지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와 기업을 포함한 기존 질서가 송두리째 뒤바뀔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혁신 역량을 갖춘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간격은 더 커질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값비싼 교훈이다.
양종석 산업에너지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