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의 코로나 겪어보고서]<2>팬데믹과 사이버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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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전개되는 상황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평생 고민하며 살아온 사이버위협의 데자뷰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기하급수적 증가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하급수적'.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 컴퓨터성능, SNS를 통한 메시지전파, 플랫폼의 확장속도 등 디지털혁명의 변화를 우리는 기하급수적 증가 혹은 지수성장(exponential growth)이라고 부른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컴퓨터를 대중화하고 디지털세상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손에는 스마트폰, 직장에서는 PC, 가정에는 스마트TV, 온 세상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연결돼 간다. 기계로의 접속인가, 바이러스의 침투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하급수적 폭증은 우리를 속도의 세계로 내몬다. 한국은 대구 신천지사건을 기점으로 감염자가 급증했고, 미국은 평균 5일에 2배씩 감염자가 늘어나더니 최대 감염국이 됐다.

사이버공간에서 하나의 악성코드는 순식간에 수십만대의 컴퓨터를 감염시킨다. 속도와 싸울 때에는 한가하게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할 여유가 없다. 흐름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과학적 분석과 투명한 절차에 의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리더십이 돋보이는 이유다.

둘째, 세계화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다면 '중국 어느 지역에서 지독한 역병이 창궐했었다'라는 역사적 단편에 그치지 않았을까?

30년 전이라 해도 한국에는 영향이 미미했을 것이다. 중국과의 국교정상화는 1992년에 이뤄졌다. 지금은 비즈니스, 여행, 유학 등 광범위한 인적 교류가 이뤄지는 시대다. 어느 나라를 가도 공항은 늘 붐빈다.

해외에서 촬영하는 TV 프로그램은 이루 셀 수 없으며, 전 세계인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여행정보를 공유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화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관점을 바꾸어 말하면,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인 시민의식이 동반돼야 한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늘 착용하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혹시 감염됐거나 될지 모르는 나로부터 주위사람을 보호하려는 배려다.

피싱 이메일과 악성코드를 조심하는 것은 내 컴퓨터가 범죄 루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네트워크는 참여자들의 인식과 자발적인 행동으로 건강함이 유지된다.

셋째,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인간을 위협한다. 역사적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간사회를 여러 차례 뒤흔들었지만, 현미경이 발명되고서야 미생물 존재는 알려졌다. 우주로 나아가고, 인공지능으로 프로바둑기사를 무너뜨리는 과학기술의 시대이건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에 세계는 패닉 상태다.

보안사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즉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지만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인간사회다.

정보유출로 프라이버시를 훼손하고, 해킹으로 돈을 훔치고, SNS에 뿌려진 가짜뉴스는 혼란을 부추기며, 자동차가 해킹되면 생명이 위험하다. 바이러스세계와 사이버공간은 인간사회의 영역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우리 삶과 비즈니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말로 안전(安全)은 불의의 사고나 재난으로부터의 안전(safety)과 고의적인 행위로부터의 안전(security)을 포괄한다. 팬데믹은 전자(safety)의 의미이고, 사이버위협은 후자(security)에 해당한다.

안전이야말로 인간이 간절히 원하고 쟁취해온 삶의 가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개인과 사회를 뒤흔드는 현실을 직시해서 안전한 사회를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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