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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라임 외에도 공유킥보드 면허 인증 시스템 곳곳에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킥보드 대여업체들은 운전면허 데이터 변동에 대해 실시간 접근이 제한돼 있어, 1차 검증 이후 음주운전 등으로 취소된 면허를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법제도가 킥보드 사고 원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면허 인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법령 개정이나 유관 기관의 전향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운전면허 공공 데이터를 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은 공식적으로 두 가지 운전면허 진위여부 방식을 지원한다. 이 중 오픈 API를 통한 검증요청 방식은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공유킥보드 사업자는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서비스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상 자동차대여사업자(렌터카/카셰어링/대리운전)만을 대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쏘카·그린카 등 카셰어링 서비스 역시 무인 대여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무면허 운전 적발 사례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이 시스템 덕분이다.

나머지 방법은 도로교통공단 통합민원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와 면허증 암호 일련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사람이 하나하나 수기로 입력해야 한다. 면허증 하나를 확인하는 데만 몇분씩 소요된다. 이 때문에 신규 가입자가 몰리면 면허증 인증까지 길게는 2~3일이 걸린다. 또한 데이터 변동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음주운전이나 벌점 누적으로 발생한 무면허를 걸러내려면 모든 이용자 면허상태를 매번 수작업으로 갱신해야 한다.

현재 실시간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은 대다수 도로교통공단 데이터를 크롤링해 자체 체계를 구축한 경우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편법이기 때문에 업데이트 등으로 언제든지 제한될 여지가 있다. 면허 취소 상태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마찬가지다.

공유킥보드 사업자들은 사업 초기부터 면허인증 API 연동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수만에 달하는 이용자 면허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API 연동 방식이 필수지만, 킥보드 대여업자가 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난항”이라며 “공공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좀 더 개방했다면 라임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도로교통공단 측과 면허 데이터 공유 확대를 위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일정 면적 이상 차고지와 차량대수가 사업자 등록요건인 렌터카 사업과 달리 자유업종인 킥보드 대여업은 기업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문제 때문이다. 영세업체에게 데이터를 공개했다가 개인정보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번 사고처럼 면허 정보 확인이 잘 안 되는 문제를 공단 측에서도 인지, 국토교통부와 소통해 빠른 시일 내 개정하도록 준비하려고 한다”며 “여객운수법에서 다루는 차의 범위가 현행 승합차·승용차에서 이륜차까지 확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