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수출로 다시 뛰는 'K-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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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523년에 서력기원(기원전 BC, 기원후 AD)이 공인된 이후 1500여년 만에 새로운 기원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의 세계는 '코로나19 이전(Before Corona)과 이후(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코로나19가 상상할 수 없는 대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40만명을 넘어섰다. 각국의 공항과 항만은 빠르게 문을 닫고 있고, 기업과 공장도 셧다운 도미노 위기를 겪고 있다. 말 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무지'라는 초유의 상황이다. 미증유의 불확실성 속에서 세계는 각자의 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 이후 우리 경제는 강력한 제조업과 탄탄한 수출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한층 성장해 왔다. 1990년대 1%대에 불과하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라는 위기를 거치며 오히려 2%대 중반에 안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10년에는 사상 최초로 3%대에 올라섰다. 최근 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 수출은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3월 수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수출 물량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했다. 밖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대체 시장을 뚫고 안으로는 노·사·정이 협력해서 생산 차질을 막는 한편 특별연장근로도 마다하지 않은 결과다. 위기 극복의 노하우가 다시 한 번 발휘돼야 할 때다. 제조업의 경쟁력과 수출을 버팀목 삼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큰 약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20일 총리 주재 확대 무역전략조정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수출 비상대응 체계를 선제 가동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중남미 등으로의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이후 수출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에 대해 이달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전 방위 수출 지원 대책을 담은 '수출활력 제고방안'을 마련했다. 수출기업이 직면한 무역 거래·공급망 절벽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먼저 무역금융을 36조원 이상 추가 공급,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자금이 없어 수출 계약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강력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해 영상 상담회 및 온라인 전시회 등 비대면 수출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최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19 진단키트·손세정제 등 유망 상품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 기회 확보도 지원한다. 민간 홀로 풀기 어려운 입국 제한에 대해서도 기업 수요를 토대로 상대국과 협의해 특별 전세기를 띄우고 수출 상품도 실어 보내고자 한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제에 글로벌 제조기지로서의 위상을 높여 갈 방침이다. 수입 규모·의존도 등을 고려해 선정한 338개 중점 품목 중심으로 재고 확충, 수입국 다변화, 환경 규제 한시 완화 등 다각도 지원으로 공급망 안정성을 보강하는 한편 인건비 및 민간 부담금 등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부담도 대폭 낮춰 코로나19 이후 세계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승전을 '끝도 아니며 끝의 시작도 아닌 시작의 끝'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증유의 복합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K-방역에 이어 K-경제도 새로운 위기 극복 모델로 거듭나도록 이끌 것이다.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수출 한국, 제조 강국의 위상이 이번에도 더욱 높아지길 기대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