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운항 횟수가 감소하면서 조종사의 기종별 운항 자격(한정증명)이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조치에 따라 모의비행장치로도 한정증명 자격 유지가 가능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진다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은 국토교통부에 조종사가 한정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건의할 방침이다.
연맹은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상 한정증명 자격 유지 조건 완화, 자격 재취득 시 절차 간소화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종사는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면장(면허)를 취득하더라도 기종별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한정증명이 갖춰진다.
운전면허와 달리 기종별 비행 경험을 지속 유지해야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90일 내 이착과 착륙을 각각 3회 이상 행한 비행경험이 있어야 한정증명이 유지된다. 한정증명이 소멸된 조종사는 2~3주에 걸쳐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잉 737 등 단거리 기종에 대한 한정증명은 국내선 운항에 조종사를 교체 투입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중장거리 기종은 국제선 대부분이 비운항 조치돼 조종사의 실제 비행이 힘든 상황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항공산업 추가대책을 내놓으면서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한 정기훈련·자격심사를 모의비행장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이 A380 모의비행장치가 없다는 문제도 해결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해외 업체를 이용해왔지만 입국금지 및 제한조치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생차원에서 A380 모의비행장치를 보유한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국토부 방안이 단기간 효과적이지만 중장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의비행장치 1기당 하루 2인 1조, 5팀만 이용할 수 있는데 비해 조종사가 많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회사별 모의비행장치 이용 일정이 꽉찬 상태라는 전언이다.
연맹 관계자는 “한정증명 유지뿐 아니라 매년 이수해야 하는 훈련도 있어 모의비행장치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 차례 늘릴 순 있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워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의비행장치를 보유한 국적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다. 나머지 LCC는 대한항공(진에어), CAE코리아 등과 계약해 이용하고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