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잇달아 폭락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2015년과 2016년에 벌어진 석유 치킨게임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 석유·가스 기업이 줄도산한 사례가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이 원유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는 치킨 게임을 벌였다. 그 결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 많은 에너지 기업이 파산했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산 합의 실패가 다시 에너지 기업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유가가 폭락하면서 에너지 기업이 줄도산한 데 이어 미국 하이일드 채권시장 붕괴 등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이 이어졌다. 올해 시작된 석유 치킨게임이 다시 에너지 기업 도산과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유가는 9일(현지시간) 20% 이상 폭락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인 6일에도 WTI 가격이 10.1% 떨어졌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