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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자동차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한국의 핵심 제조업인 현대차 등 5대 완성차 공장이 멈춰섰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자동차 1대를 만들기 위해선 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안정된 부품 공급은 곧 완성차 공장 가동과 직결된다. 현대차가 하루 동안 국내 공장 가동을 멈추면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 사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선 뭉치 와이어링 하네스의 재고 소진에 따라 발생했다. 이 부품은 차종이나 모델에 따라 종류가 달라 재고를 대량으로 확보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 공장이 일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공급량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당분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조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협력사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는다. 애초에 원가 절감과 완성차 업체의 중국 공략을 위한 지리적 요건까지 반영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반영하더라도 현재 중국산 부품 의존도는 지나치게 크다.

이번에 문제가 된 와이어링 하네스의 중국산 비중은 87%에 이른다. 부품별로 편차가 있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 수입액의 30%가 중국산이다. 실린더 헤드 커버, 외장 램프, 윈도 모터 등의 비중이 높다.

전염병이나 자연재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경영 리스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사례처럼 일부 부품을 특정 국가나 지역 공장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완성차 업체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부품 공급처의 다변화다.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부품을 공급받는다. 이번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고 있는 이유다.

이전과 달리 중국의 인건비 등이 많이 올라 생산원가도 오히려 동남아가 낮아졌다. 더 이상 중국 내 부품 생산·공급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 등 완성차 수출국도 넓어진 만큼 부품 공급처도 지역별 다변화가 필요하다. 제2의 셧다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