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신종 코로나' 포비아…국제 전시회 취소에 생산일정 차질까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포비아(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전시회가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홍보의 장이 사라진 것은 물론 중국 생산라인 가동 일정이 불투명해 경영상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오는 2월 5~7일로 예정됐던 '세미콘코리아 2020' 취소를 결정했다. 전시회 개막 5일여를 앞두고 내린 긴급 결정이다.

협회는 주요 참가업체를 비롯한 행사 관계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30일(유럽 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면서 “이에 따라 세미콘코리아 2020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여 만든 SEMI가 주관하는 세미콘코리아는 첨단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전문 전시회다. 올해는 참가기업, 참가부스, 관람객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를 예고하며 업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WHO에서 비상상태를 선포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미개최를 결정했다.

SEMI는 “올해 세미콘코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장기적으로 지켜본 후 완전 취소 또는 일정 연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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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 신종코로나 방역자료:연합뉴스

다음달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미콘차이나'도 미개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데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 중국 출장·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안 신규 공장 장비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현지 시안 2공장 구축 현장에 주재 중인 장비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위생 제품, 식단 등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장비사 대부분이 자사 직원에게 중국 여행 금지 지침을 내린데다 현장 잔류를 강요할 수 없어 일정 연장이 불가피하다.

업계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장비 시스템을 들여도 설치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다면 팹 구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낸드 플래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수(바이러스) 탓에 소자업체와 장비사 모두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난징과 광저우 공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가동 중단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옌타이공장은 현지 지방정부 권고에 따라 춘절 연휴를 연장, 현재 미가동 상태다. 지방정부의 추가 연장 지침 발생에 따라 미가동 일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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