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일렉트론, 평택에 신규 공장 준공…고객사 옆 밀착 지원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이 경기도 평택에 대규모 고객사 지원센터를 준공했다. 평택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공장이 위치해 있다. TEL은 삼성 평택사업장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거리에 이 시설을 구축하고 TEL 특유의 '초근접' 지원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일본 기업인 TEL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움직임에 부응함과 동시에 자국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불거진 위기를 불식하고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TEL코리아(대표 원제형)는 21일 평택시에 새로운 '도시형' 공장을 준공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새로 준공된 공장의 정식 명칭은 평택기술지원센터(PTSC)다. PTSC는 연면적 7025㎡(약 2125평)에 3층 규모로 건설됐다. 앞으로 최대 4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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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평택기술지원센터 전경.

TEL은 이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옆에 도쿄일렉트론한국기술센터(TTCK)라는 대형 연구개발(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및 차차세대 반도체 장비를 위한 R&D가 이뤄진다. 웨이퍼 공정이 이뤄지는 챔버만 수십개에 이르고, 올해도 규모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번 PTSC 설립은 TEL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투자를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로 한일 무역 갈등이 민감한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소자 업체의 생산 지원을 위해 투입 자원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PTSC에서는 기술 대응 및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에는 주요 장비에 들어갈 부품 생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EL은 회로를 깎아 내는 에칭 장비,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쌓는 증착 장비, 노광 공정 전 포토레지스트를 성장시키는 트랙 장비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PTSC가 TTCK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사업장 '바로' 옆에 지어졌다는 것이다. 평택사업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핵심 생산기지다. 이곳에서는 월간 200K(20만장)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 D램과 낸드플래시 설비가 가동된다. 삼성은 최근 평택 1공장의 잉여 공간과 신규 공장인 2공장에 최첨단 D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비사가 지근 거리에서 핵심 장비 기술을 지원하면 삼성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도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TEL 관계자는 “TEL의 최첨단 기술 수준과 정확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객사와 가장 근접한 지역에 PTSC를 신축하게 됐다”면서 “TEL이 이전부터 고수한 다른 외산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어떤 장비나 부분품을 생산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사례는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의 '글로벌 반도체 허브' 구축 움직임에 곧바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나라의 소부장 육성 정책으로 글로벌 업체들의 한국 거점 마련과 국산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새로운 R&D센터를 설립키로 한 램리서치, 충남 천안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생산 설비를 갖추기로 한 듀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도 중국 시안 2공장에 쓰일 에칭 장비 등에 대한 국산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장비업체가 직접 국내 생산에 나서면서 후방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제형 TEL코리아 대표는 “TEL코리아는 직원 1250명이 넘는 한국 기업으로, 동탄·평택 등 8개 거점에서 국가 경제 활동에 활발하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PTSC도 고객사 기술 규모에 걸맞은 인력을 갖추면서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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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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