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 스타트업이 개발한 초소형 암호칩이 미국 공군 무인정찰기에 들어간다. 인공지능(AI)과 양자암호를 활용한 한국 스타트업 기술력을 미국 국방부가 인정했다.
이와이엘(EYL·대표 정부석)은 미국 공군이 사용하는 드론 등 무인정찰기에 양자난수 기술을 적용한 암호칩을 공급한다.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영상을 AI 기술을 이용해 고도로 압축한 후 양자난수를 추출, 암호화해서 위성으로 보낸다.
미국 공군은 군용 특수 반도체 칩 개발을 위해 차세대 시스템 칩 개발 대회를 열었다. 이와이엘은 2018년 12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법인을 세운 후 업체와 대학 파트너 7곳을 선정,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사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을 채용할 곳으로 미국 국방 부문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와이엘은 미국 공군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차세대 암호칩 디자인과 시제품 제작 프로젝트로 92개 팀 가운데 4위(총 10개 팀 선발)로 본선(2단계)에 진출했다. 120만달러(약 14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 미국 공군 무인정찰기용 초소형 암호칩(양자난수생성기)을 개발한다.
무인정찰기 영상을 부채널 공격 등 물리적 해킹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초소형 AI 암호칩이다. 비메모리 시스템 칩 기술로 향후 사물인터넷(IoT) 기기, 자율주행차, 위성, 드론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상업용 응용 시스템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연내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상용칩 개발을 위해 다음 단계 사업에 착수한다. 1000만달러(116억원) 이상 개발 환경, 지식재산권(IP) 라이브러리, 설계 전문 기술 지원,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미국 공군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상용화 정도에 따라 개발된 IP는 이와이엘이 소유하고 미국 공군은 일정 기간 사용 권리를 갖는다.
이와이엘은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하드웨어(HW) 암호화 엔진과 부채널 공격 방지 기술을 결합해 양자난수생성기술이 적용된 암호화 칩을 개발한다. 2015년에 설립됐으며, 2016년 세계벤처올림픽이라 불리는 매스챌린지에서 총 5500개 스타트업 가운데 아시아 기업 최초로 우승했다. IoT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암호화폐 거래소, 이동통신사 등에서 이와이엘 솔루션을 쓴다.
지난해 4월 양자난수를 이용한 암호화 모듈로 FIPS 140-2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캐나다 사이버보안센터(CCCS)가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 기타 상업용 회사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마련했다.
정부석 이와이엘 대표는 12일 “보안 기술로 미국 국방 부문에 진출하는 것은 대기업조차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불가능에 도전해 성공한 만큼 미국 국방과 정부 부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