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 경제화 가치, 비금융정보와 금융소외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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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2세 청년 김성실은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청년가장이다. 하루에 두 번 아르바이트를 한다. 신용카드도 만들지 않고 차곡차곡 돈을 모아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사고를 당해 목돈이 필요하게 됐다. 병원비가 부족해서 1금융권에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신용거래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 당했다. 부득이하게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아 병원비를 충당했다. 김성실은 절약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융 거래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현 금융권 시스템으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금융 거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청년, 사회 초년생은 신용거래 정보가 없는 '신용거래 미비자'라는 항목 아래 금융 소외계층으로 분류된다. 정확히 말하면 절약하기 위해 신용 거래를 하지 않은 '선량한 신용거래 미비자'인 것이다.

중국은 어떠할까. 22세 청년 왕왕은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꾸준히 생필품을 구입한다. 월급날 비싼 물건을 사고 싶지만 참는다. 생필품만 구입한다. 공과금은 알리페이로 납부한다. 어느 날 어머니가 사고를 당해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즈마신용(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신용평가기관)이 830점이어서 비제도권 평균이자율 15%의 절반 수준인 7~8% 저리로 대출, 급한 돈을 충당할 수 있었다.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 존재 여부다.

지난 4일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은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정할 정도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다. 그만큼 데이터 산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중심을 두고 있어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 데이터 3법 가운데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를 상업 목적의 통계 작성, 연구·공익 목적의 기록 보존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또 비금융 정보만을 활용해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비금융 정보 전문 신용평가기관(CB) 도입도 포함돼 있다.

과거에 연체이력, 대출금액, 최근 3개월 내 대출건수 등 여러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등급을 책정했다면 비금융 정보는 공공요금·통신요금 납부 정보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 정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정보 등 다방면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적용은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청년, 사회 초년생 등 금융 소외계층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같은 데이터는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보로의 접근이 아니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력, 직업, 재산 등 표면상의 정보를 쌓기 위해 조급해 하는 청년들이 이제는 성실히 살아가고 꾸준히 발전하며 올바른 소비 습관을 들이고 있다는 점으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다가서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데이터 경제화의 가치다.

조만간 이러한 모습도 발생하지 않을까 한다. 상견례 자리에서 예비 신랑이 현재는 가진 것이 적지만 비금융신용등급이 1등급이라고 말했을 때 예비 장인은 미래에는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성실한 예비 신랑이라는 믿음으로 흔쾌히 결혼을 허락해 주는 장면이다. 이러한 흐름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독자들이 판단하길 바란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데이터를 활용함에 따라 기존에 파악할 수 없던 중요한 정보를 기반으로 소외계층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김규한 위솝 대표 khkim@wes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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