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성과가 확인된 정책은 강화하고, 시장이 수용하기 힘든 정책은 수정 보완해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타다'를 비롯한 신사업 갈등, 대학입시제도 논란, 부동산시장 가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필요할 때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0일 오후 춘추관에서 열린 청와대 '3실장'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의 결정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 가장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필요한 때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면서 부족한 정책은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발언은 최근 검찰의 타다 기소로 논란이 커진 공유경제 서비스를 비롯해 입법 문턱에 걸린 빅데이터 활성화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 실장은 “근로시간 단축, 대입 개편,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과열, 공유경제, 개인정보 이용 등은 하나의 선험적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소통이 중요하지만 갈등관리를 이유로 결정을 늦추는 것은 아니다(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기업 권리도 보장돼야 하지만 혁신의 이익이 사회 전체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실장은 자신이 위원장을 지낸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태광 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합병 승인 결정을 내린 것에는 “방송통신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신호를 보내는 일대의 사건”이라면서 “공유경제, 빅데이터 등도 더 이상 시간을 늦추지 않고 담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해서는 “조만간 특정 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구매하신 분들 중에서 자금 조달 계획서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분들은 출처를 설명해야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정책을 주저함 없이 시행하겠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 추가 지정 등 또다른 대책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개각과 관련해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 인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많은 후보자가 고사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밝혔다. 노 실장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 당이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신 분은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며 추가 개각 가능성도 함께 밝혔다.
이와 함께 노 실장은 “탕평 인사를 강화하겠다”면서 “지금까지 전·현직 야당 국회의원에게 입각 등 다양한 제안을 해왔다”고 전했다. 집권 하반기에도 야당 의원에게 입각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북미협상 재개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측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위급 실무회담이 열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만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연내 시간을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보고 있다”며 “여러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에 대비하며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한미 간에 공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실장은 “한국 정부로서는 2017년 이전 상황으로 절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금강산 시설 철거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금강산 시설이 낙후돼 있고, 사업 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건축이 이뤄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어차피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한국 정부에서도 판단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일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지소미아 연장을 다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일관계가 최근에 어렵게 된 근본 원인은 일본이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과거사 등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