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68>시각장애인의 희망 '오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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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창업한 의료 분야 유니콘 기업 가운데 오캠테크놀리지스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마이아이' '마이리더'라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된 카메라이다. 손가락 만한 작은 크기에 무게가 22.5g이다. 안경테에 자석을 이용해서 쉽게 부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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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캠테크놀리지스의 마이아이(MyEye) 제품 사진.

이 제품은 카메라가 식별한 것을 소형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변환, 착용자에게 말해 준다. 물건을 집어 들고 손가락으로 지목하면 그 물건을 인식해서 알려주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그 이름을 알려준 것을 기억했다가 다시 만났을 때 누가 다가오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면 인식 기능도 있다. 쇼핑을 가서는 바코드를 읽어 물건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카메라가 겨냥한 텍스트도 읽어 준다. 이러한 기능으로 시각장애인과 난독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제품은 AI가 장애를 극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실용 사례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보청기 정도의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정부가 장애인을 위해 구입 비용을 보조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3%인 2억5300만명이 시각 장애로 고생하고 있다.

회사는 2010년 이스라엘 히브리대 컴퓨터학과 암논 샤슈아 교수와 지브 아비람이 공동 창업했다. 이미 이스라엘에서 벤처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빌아이'라는 자율주행 기술 회사를 창업, 2014년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상장을 했다. 이후 인텔이 회사를 153억달러(약 18조원)에 인수했다. 이스라엘 기술 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 사례다.

독자적인 컴퓨터 칩에 들어 있는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카메라로 잡은 상황을 AI가 인식, 자동차 충돌 사고 가능성을 탐지하고 회피하도록 해 준다. 지금까지 세계 2000만대 이상 자동차에 도입됐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테슬라 등도 모빌아이를 채택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응용 분야를 확장한 것이 오캠이라고 볼 수 있다.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이 오캠의 초기 투자자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공동창업자의 능력과 기술 잠재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텔은 실패한 구글의 AI 안경 '구글 글라스' 투자자이기도 했다.

오캠의 마이아이가 구글 글라스와 다른 점은 구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 것이다. 구글 글라스는 카메라가 보는 것을 녹화하고 녹음함으로써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 왔다. 그러나 마이아이는 카메라가 보는 것을 음성으로 전환해서 알려줄 뿐 어느 것도 녹화하거나 녹음하지 않는다.

현재 샤슈아는 히브리대 석좌교수이면서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하고 있다. 또 오캠 이사회 의장과 CTO를 겸임하고 있으며, 이 회사를 인수한 인텔 자율주행그룹의 부사장이기도 하다. 오캠 CEO를 맡고 있는 공동창업자 아비람은 모빌아이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이스라엘의 대기업 3개 회사 CEO를 역임한 바 있다.

오캠테크놀로지 사례는 자동차 산업이 전무한 이스라엘이 AI로 자율주행 자동차 핵심 기술을 장악해 가는 모습과 함께 그 기술을 시각장애인을 돕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한 사례로, 유니콘 가운데에는 드문 기술 기반 사회 기업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대학교수와 다수 기업의 CEO 겸업을 허용하는 이스라엘의 창업지향 제도와 함께 이스라엘의 우수한 대학 연구가 상업화에 어떻게 성공하는지다. 획일화한 관료제도로 연구자들을 통제하려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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