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내년 사업전략은 '위기대응'과 '성장'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대내외 변수가 많아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과제다. 또 올해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만큼 내년에는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야 한다.
삼성그룹 경영의 최대 변수는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다.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25일부터 파기환송심 재판에 들어간다. 이르면 내년 초 나올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삼성으로서는 상황별 시나리오에 대한 전략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총수인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은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일본 은행 및 거래선과 직접 협상하며 문제 해결을 주도했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각각 133조원과 13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결정도 총수가 없으면 내리기 어렵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복잡한 것도 변수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중동 정세까지 불안하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기조도 갈수록 강해진다. 지역별로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글로벌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지역별 맞춤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내적으로는 총수리스크 외에도 삼성바이오 사태도 변수로 남아 있다.
그룹 계열사 전반적으로는 올해 무뎌졌던 성장성을 회복하는 것이 과제다. 주력 사업 토대위에서 성장동력을 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이면서 큰 부진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7714억원, 영업이익 58조886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30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최대 변수는 반도체 시장 상황이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이 살아나야 전사 실적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내년에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은 긍정적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또 내년에 세계적으로 5G 서비스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전자 5G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사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계열사들도 전반적으로 실적이 후퇴했는데, 내년에는 반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각자도생을 강화하는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같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과제다. 특히 대외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지난해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배터리 사업 확대에 따라 내년에는 보다 성장하는 것을 노린다.
삼성전기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인 적층세라믹캐페시터(MLCC) 업황 부진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다행인 것은 내년에 MLCC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기도 이에 맞춰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비전자 계열사도 올해 부진했던 실적을 털어내는 것이 최대 과제다.
연말 인사에서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총수리스크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