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낸드플래시 100단 시대…초고적층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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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6세대 V낸드가 탑재된 SSD <사진=삼성전자>

올해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셀 적층수 100단이 넘는 낸드플래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데이터 고용량 시대로 접어들면서 초고적층 낸드플래시가 반드시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각 회사들은 낸드플래시 적층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Z-SSD 제품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사이 간극을 메우고, 인텔 옵테인 메모리를 견제한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조만간 회사의 4세대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4세대 제품을 내면서 새로운 구조인 RG(replacement gate) 아키텍처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안에서 데이터를 저장할 때 쓰이는 전자가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플로팅 게이트 설계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업계 최초로 144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메모리 본진인 한국에서 공개하며 내년 양산을 선언했다.

일찌감치 1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한 곳은 국내 기업들이다. 낸드플래시 적층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삼성전자는 최근 128단 V낸드 플래시를 공개했다.

높게 쌓은 저장 공간에 전류가 흐르게 하는 구멍인 채널 홀을 단 한 번에 구멍을 뚫는 '싱글 스택' 기술을 구현했다. 다른 회사의 경우, 두 번에 나눠서 구멍을 뚫는 더블 스택 방식을 택한다. 이 공법으로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128단 1Tb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로 승부수를 건다. SK하이닉스는 4D 낸드플래시를 앞세운다. 마치 아파트 옥외 주차장을 지하 주차장으로 바꾼 것처럼, 칩 가장 아랫단에 주변부 회로를 넣어서 면적을 줄였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제품군 가운데 '비휘발성' 메모리에 속한다. D램이 빠르게 정보처리를 하는 대신 정보를 저장할 수 없다면, 낸드플래시는 기기가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다.

낸드플래시 적층 수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5G, AI 기술이 성장하는 데다,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넘쳐나면서 초고용량 저장장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00단 이상 낸드플래시도 조만간 구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제품 고도화로 기존 제조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채널 홀'이다. 낸드에 전기적 신호를 주기 위해 칩 위부터 아래까지 수 억개 구멍을 뚫는데, 이를 채널 홀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층수가 100단을 넘어가면 채널 홀 굵기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저장 공간마다 필요한 전기 신호가 골고루 전달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각 층에서 전기 신호를 받는 워드라인(Word line)을 영역별로 나눠 전압이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올해 개발 완료한 136단 낸드플래시에 적용했다.

기존 낸드에 공급됐던 동일한 전압으로도 정보 기록에 사용할 전하를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재료 개발도 지속되고 있다. 산화하프늄(HfO₂) 등이 그 대안으로 언급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화학 소재를 활용해 원자 두께의 미세한 막을 쌓는 원자층증착(ALD) 공법이 낸드 제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셀 간 간섭현상 해결, 칩 내 저항을 줄이는 연구 등을 국내 반도체 연구진과 협업해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D램의 휘발성과 낸드의 지연성을 극복하기 위한 Z-SSD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 옵테인 메모리의 견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윤흡 한양대학교 교수는 “낸드 기능 개선을 위해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대안이 언급되지만 결국은 하드웨어 설계를 잘해야 한다”며 “고적층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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