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8K 화질부터 기능까지 정면 충돌…쟁점마다 입장차 극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화질'을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평가 기준에 대한 입장부터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LG전자는 화질선명도(CM)를 강조한 반면, 삼성전자는 오래된 지표여서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17일 양사가 각각 진행한 비교 시연에서도 자사 장점을 부각한 반면, 경쟁사 제품은 단점을 부각했다.

◇LG전자 “삼성 QLED 8K, 기준 한참 밑돈 가짜 8K”

LG전자는 삼성전자 8K TV는 국제적으로 합의한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친 제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픽셀수와 CM 모두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표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삼성 8K TV는 모두 미달이라는 것.

ICDM에 따르면 픽셀수는 3300만개(7680X4320), CM 값은 50%를 넘겨야 한다. CM은 가로로 측정한 값과 세로로 측정한 값을 각각 측정한다.

LG전자는 삼성이 올해 출시한 'QLED 8K TV'의 가로 CM 값은 12%로 기준치를 한참 밑 돈다고 주장했다. 세로 CM 값은 91%로 기준을 만족시켰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 'QLED 8K TV' CM 값은 90%였다.

삼성전자가 CM 값을 낮추는걸 감수하고 올해 신제품부터 8K TV에 시야각 개선 필름을 사용했다는 게 LG주장이다. 시야각은 TV를 정면이 아닌 양 옆에서 봐도 화면 밝기나 색깔이 왜곡되지 않고 표현되느냐를 보는 화질 평가 기준이다. 여러명이 TV를 볼 때 어느 각도에서도 균일한 화질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시야각이 중요하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는 “삼성전자 올해 신제품 8K TV는 확실히 시야각이 개선됐다”면서 “추정컨대 시야각을 개선한 필름을 사용해 CM 값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CM 값이 화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사 제품과 비교 시연도 했다.

LG전자는 태동기인 8K TV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각 업체가 신중하고 정성을 들여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CM값은 경쟁사와 함께 합의한 기준”이라면서 “경쟁사는 서로 합의하고 약속한대로 기준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CM,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적용 한계”

삼성전자는 CM이 8K 같은 초고해상도 화질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또 8K 화질은 다양한 요소를 통해 평가해야 하며, CM만으로는 불완전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CM이 오래전에 만들어진 기준이어서 초고해상도 화질 평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CDM이 CM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인용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ICDM은 2016년 5월에 “CM은 픽셀 구조가 다른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며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 기존 가이드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ICDM의 이 같은 언급 이후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 화질 평가 요소로 CM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야각을 개선하기 위해 CM 값을 낮췄을 것이라는 LG전자 주장도 일축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CM 값을 떨어트려서 시야각을 높였다면 삼성전자 8K TV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이런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CM 값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로는 물리적인 해상도가 이미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석우 상무는 “QLED 8K TV는 물리적으로 8K 화소수가 인증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CM으로 해상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8K 기술 전반으로 논란 확산

CM 논란에서 시작된 양사간 공방이 다른 영역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LG전자 8K TV가 8K 콘텐츠 재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못하는 점을 부각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TV에 저장된 8K 콘텐츠와 외부 OTT 업체 8K 콘텐츠를 양사 제품으로 시연했다. 그 결과 삼성 QLED 8K는 영상을 재생한 반면, LG전자 제품은 영상이 재생되지 않았다. LG전자 8K TV에서 영상을 재생하지 못한 것은 HEVC 코덱을 탑재한 디코더가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QLED라는 명칭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올레드 TV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유기화합물이 전기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반면, 삼성전자 QLED는 퀀텀닷 필름을 추가한 LCD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양사간 논쟁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8K 시장을 키우고,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할 때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장 공략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은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8K 기술을 알리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힘써야 할 때”라면서 “일본과 중국 등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금까지 잘 지켜왔던 TV 기술 주도권을 8K 분야에서도 이어나가도록 힘을 합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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