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는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R&D) 클러스터다.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인재의 창의 아이디어가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첨단 기술로 성장한다.
실리콘밸리는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여러 소도시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1970년대 실리콘을 핵심 재료로 삼은 반도체 제조사가 다수 모인 계곡 지대라는 뜻에서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는 애플,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우버, 넷플릭스 등 혁신 서비스를 내세운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은 첨단기술 메카로 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분석업체 '스타트업 게놈'이 최근 발간한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18)'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독보적 1위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640억달러(약 293조원) 규모다. 한국은 24억달러로 20위 밖이다.
실리콘밸리 R&D 생태계는 탄탄한 산업 기반을 토대로 우수 인력, 수준 높은 기술, 풍부한 자본, 개방적 문화가 복합 작용하며 형성됐다.
구글, 페이스북 등 현지 대기업은 기술 혁신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을 갖춘 기술과 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인수·합병(M&A), 기술 이전, 스핀오프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선순환 생태계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미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의 원천기술부터 응용서비스까지 다양한 연구와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절반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것도 창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실리콘밸리에 유입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249억달러(약 30조2286억원)다. 이는 미국 전체의 38.9%, 캘리포니아주의 78.3% 수준이다. 타 지역보다 빠르게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에서 수월하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투자자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로 현실화해 성장시켜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 수에서도 세계 최다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세계 총 유니콘 기업 393개 중 172개가 미국 기업이다. 9개에 불과한 한국의 21배 이상이다.
신제품에 거부감 없이 적극 받아들이는 초기 수용자가 많은 것도 실리콘밸리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다. 현재 실리콘밸리 거주 주민 약 40%가 외국 태생 이민자로 알려졌다. 타 지역보다 개방적인 문화가 창의 기업의 비즈니스 확장을 가속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테슬라 전기차는 실리콘밸리에서 확보한 초기 수요자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