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임직원이 힘을 합할 때입니다.” 줄리언 블리셋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21일과 22일 한국지엠 부평 및 창원 사업장을 찾았다. 올해 4월 GM해외사업부문 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해 한국을 찾은 건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한국 사업 정상화에 관심을 크게 둔다는 의미다.
방한은 강경 투쟁을 앞둔 한국지엠 노조를 직접 만나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긴급히 결정됐다. 블리셋 사장은 사업장을 방문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한 팀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블리셋 사장은 “한국 사업장이 GM의 글로벌 차량 배정 등 지난해 확정한 투자 계획에 성과를 보여 줘야 할 때”라면서 “이는 모든 직원이 힘을 합해야 실현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블리셋 사장이 부평을 찾은 21일 노조는 4시간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블리셋 사장은 노조 집행부를 직접 만나 투쟁 중지를 부탁했다. 그러나 노조는 오히려 투쟁 수위를 높였다. 노조 집행부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투쟁 지침을 마련했다. 다음 쟁대위가 열리는 오는 28일까지 잔업과 특근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노조 임금 협상의 주요 요구안은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이다. 부평과 창원 공장에 대한 중장기 사업 계획도 확약하라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는 아직 경영 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이 경영상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만 1만명이 넘는다. 2014년 이후 회사 누적 영업 손실액은 총 2조8000억원에 이른다. 왜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느냐는 노조의 주장은 현재 상황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 회사를 상대로 승리를 외치는 것도 먼저 회사가 존립해야 가능한 일이다. 모든 임직원이 한 팀을 이뤄 회사 경영 여건을 인지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블리셋 사장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