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16>트래비스 캘러닉-공유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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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캘러닉은 공유를 좋아하는 남자다. 2001년에 캘러닉이 설립한 레드 스우시(Red Swoosh)는 P2P파일 공유시스템 사업이었다. 2009년엔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를 창업했다. 이번엔 주방을 공유하자고 한다.

캘러닉은 불편함을 못 참는다. 택시 잡는데 30분이나 걸려 짜증났다. 이참에 우버를 창업했다. 불편함의 역발상이다. 우버는 '모든 운전자를 개인기사로'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택시보다 공유차량을 편애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세계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우버가 굴러간다. 구글이 우버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우버는 총알택시처럼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포브스는 그를 미국 400대 부자에 앉혔다.

중국에 진출한 우버는 3년을 버티다 보따리를 쌌다. 중국 현지법인 우버차이나를 토종 업체인 디디추싱(Didichuxing)에 매각했다. 류칭 디디추싱 CEO는 “중국시장에 호기롭게 도전하는 우버가 귀엽기만 하다”며 비웃었다. 캘러닉은 탄식했다. “우리는 대부분 미국 IT기업들이 규제의 벽에 막혀 포기한 나라에 진출하려고 하는 어린 기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도 우버가 진출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한국 택시 기사들이 반발했다. 서울시가 공유차량서비스 운행을 불법이라며 우버를 고발했다. 캘러닉은 2014년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후 3년 반 가까이 재판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2018년 6월, 한국에 입국했다. 재판받기 위해서다. “이 사안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고 했다. 3년 반 동안 뭐하다가?

꿍꿍이가 밝혀졌다. 캘러닉이 우버를 떠난 게 2017년, 재판을 받으러 온 건 2018년 6월, 다른 공유사업을 들고 조용히 한국을 찾은 때는 2018년 10월이다.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이라는 공유주방 서비스다. 캘러닉이 주방공유에 꽂힌 계기는 배달음식 시장 성장이다. 연평균 20%씩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공유주방이 200개를 넘었고 여러 나라에서 공유주방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캘러닉은 한국을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공유주방 사업국가로 선택했다.

공유주방 활성화 구상은 이렇다. 낙후된 상권 빌딩을 매입해 주방 설비를 갖춘 후, 수십 개 부엌을 만들어 자영업자에게 임대하는 것이다. 마케팅 노하우와 배달 인프라까지 제공한다는 전제다. 인테리어 비용과 홀 서빙 인력이 필요 없다. 개업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게다가 이 분야엔 운송업과 같은 기득권 세력이 없다.

우버가 한국에서 안 통했지만 주방은 다르다고 생각했나보다. 한국은 음식배달천국이다. 비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다. 게다가 IT강국이다. '스마트폰 잘 터지지, 배달 좋아하지, 먹는 거 좋아하지, 운송 거리 짧지.'

캘러닉은 모바일 시대에 적절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돈을 벌 줄 아는 타고난 사업 감각을 지녔다. 한 번 꽂히면 거침없이 밀고 간다. 그는 “두려움은 병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만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적극적인 행동은 좋지만 그의 질주가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현명하고 생각보다 급하고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캘러닉이 명심할 게 있다. 한국의 기득권은 소비자라는 것을.

백종원은 음식개발전문 기업인이다. 요식업 백전노장 백종원이 경고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음식사업에 뛰어들 생각을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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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인터랙티브 콘텐츠학 박사 sarah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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