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21>김슬아-미친 창업, 마켓 컬리

“너 미쳤니?” 꽃길 마다하고 가시밭길로 들어선 자식을 향해 외친다. 수억 연봉 뿌리치고 창업이라니 제정신일 리 없다. 부모는 억장이 무너진다. 철부지들의 무모한 도전과 역정, TV 인생극장에서 지겹도록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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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수석 입학, 미국 명문 웨슬리 대학 졸업, 꿈의 직장인 골드만삭스와 멕킨지 근무. 김슬아 컬리 대표 프로필이다. 인생극장 반전은 이제부터다. 수억 연봉이 보장된 승진 당일, 골드만삭스에 사표를 냈단다. 그녀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한 TV프로그램에 나와서 김슬아는 창업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배울 게 없어서 창업을 결정했다” 장난하나?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걸 배우는 곳이 회사다. 인간관계를 배우고 조직을 배우고 전략도 배운다. 회사가 인생 무대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은 할 수 없는 미친 짓이다.

김슬아는 '억대연봉 포기, 창업 시작'이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회사를 홍보했다. 강연과 방송에 얼굴을 자주 비쳤다. 사람들은 '돈'보다 '재미'를 택한 그녀의 인생관에 관심을 가졌다. 창업자의 스토리텔링은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다. 재미를 쫓다 보니 결국 돈이 따르더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라도.

김슬아가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은 '맛집찾기'였다. 김슬아에게 신선하고 맛있는 먹거리는 삶이다. 스스로 “먹는 것에 목숨 건다”고 할 정도다. 신혼여행도 프랑스로 택했다. 미슐랭 스리스타 투어가 목적이다. 미식가 특징은 양보다 질이다. 식재료 품질에 민감해서 장보러 여러 곳을 다닐 정도다. 요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고기 사러 마장동까지 간다고 하니 먹는 것에 목숨 건 사람 맞다.

김슬아는 '신선식품 서비스업'을 생각했다. 고객이 자는 시간에 배송해서 아침준비 전에 받아보는 서비스다. 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새벽에 배송한다는 '샛별배송' 콘셉트가 그것이다.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가 반가운 고객들이 입소문 냈다. 차별화된 배송이 맞지만 김슬아는 컬리를 유통회사가 아닌 콘텐츠 회사라고 강조한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컬리의 경쟁 상대는 온라인 마켓이 아니다. 대형 마트도 아니다. 백화점에서 장을 보는, 비싸도 좋은 것을 고르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가정집 식탁 위에 미슐랭 재료가 올라오는 것, 그래서 마장동 한우 고깃집 '본앤브레드'와 유명 베이커리 '오월의 종'과도 손을 잡았다.

김슬아는 창업 전, 사내 맛집동호회 멤버였다. 거기서 만난 사람과 공동창업을 결심했다. 2015년에 컬리를 설립한 해 매출은 29억원이었다. 3년 만에 15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회원수는 200만명이 넘는다. 그럴싸한 성적표이나 영업 손실도 만만치 않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포장과 배송시스템 탓에 좀처럼 이익이 안 난다.

컬리는 차세대 유니콘 기업 중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최근 컬리가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했다. 액면분할은 비상장기업이 신주발행을 통해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행해진다. 대부분 자금을 재무투자자(FI)로부터 확보한 컬리 계약서에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 조항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서에 명기된 기간 내에 상장하지 않으면 FI는 제3자에게 컬리를 매각할 수 있다. 지배주주 지분까지 위태롭게 된다.

한 소셜 미디어 광고에 스타트업 증권 플랫폼이 등장했다. 첫 타자가 컬리다. 화제의 토종 스타트업 컬리가 박제된 창업스토리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모해도 성공하면 교훈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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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인터랙티브 콘텐츠학 박사 sarah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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