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인 'L8 라인' 일부 중단을 조만간 공식 결정한다. 당초 8세대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액정표시장치(LCD) 시황이 계속 나빠지면서 실제 투자 결정 시기보다 앞서 운용부터 중단하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L8 라인 일부 가동을 조만간 중단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LCD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업황이 악화하면서 라인 가동률을 조금씩 낮춰왔다. 일부 라인 가동은 중단하지만 곧바로 QD-OLED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전망이다.
가동 중단을 앞둔 라인은 L8-1-1이다. 월 9만장(원판 기준) 규모 대형 LCD를 생산하는 곳이다. L8-2-1 라인도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이 예상되지만 전체가 아닌 월 3만장 규모만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 라인 운용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LCD 시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10.5세대 가동을 시작한 후 가동률과 수율을 끌어올리면서 65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한국이 강점을 가진 초대형까지 가격 경쟁 영향을 받으면서 더 이상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렸다. 예상보다 중국 10.5세대 공장 수율과 가동률이 순조롭게 상승한 것도 가동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LCD 중심 대형사업부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규모는 400억~500억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주요 거래선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LCD 고객사들이 가격이 더 저렴하고 일정 수준 품질을 갖춘 중국산 LCD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과거처럼 가동률을 낮춰 가격을 방어하는 전략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LCD 가격이 계속 하락하지만 중국 BOE 등은 되레 10.5세대를 중심으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부 중국 패널사가 가동률을 조정해 가격 방어에 나섰지만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세계 LCD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사례다.
QD-OLED 투자 결정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QD-OLED에 집중한다는 방향은 뚜렷해 보인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기술 개발과 파일럿 라인 준비가 한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투자 결정이 되지 않았을 뿐 전환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관련 장비를 제작하는 곳이 많다”며 “입고 날짜를 지정받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